재즈로 변신한 찬송가? 동요·대중가요와 함께하는 찬양집회?

입력 2010-03-23 21:06


“기지촌 여성 돕자”… ‘두레방밴드’ 세상속으로

보사노바, 스윙, 펑크 등 재즈 장르로 변주한 찬송가? ‘섬집아기’ ‘찔레꽃’ ‘미워도 다시 한번’ 등 동요와 대중가요가 함께 불려지는 찬양집회?

생소하게 들리지만 오는 25일 제주 성내교회에서는 250여명의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제주노회 여신도회 회원들이 모인 가운데 바로 이런 음악의 집회가 열린다. 이 집회 인도를 통해 ‘데뷔’하는 ‘두레방 밴드’에 의해서다. 의정부와 동두천의 기지촌 여성들을 위한 선교센터 ‘두레방’을 돕기 위해 갓 조직된 밴드다.

대표이자 리드 싱어, 진행을 맡고 있는 장빈(서울 대치동 동광교회) 목사는 기장 교단에서 꽤 유명한 문화선교 사역자다. 1990년대 말 CBS 라디오 ‘장빈 목사의 가스펠 아워’ 진행자이기도 했다. 전현주 음악감독 겸 제1 건반 주자는 이 교회 청년으로 캐나다에서 재즈피아노를 전공한 전문 음악인이다. 각각 드럼과 제2 건반을 맡은 김한오 정소향 집사 부부와 베이스기타의 윤승식 집사, 음향감독 박병철 집사는 모두 생업이 따로 있는 동광교회 성도들이다.

아직 첫 공연(집회)도 치르기 전이지만 밴드의 실력은 지난 1년간 검증됐다. ‘예수님의 친구들’이라는 이름으로 동광교회 오후 찬양예배를 이끌면서 찬송가를 재즈로 변주해 왔는데 청년층은 물론 장년층으로부터도 열광적인 호응을 얻어 왔다. 전 음악감독은 “익숙한 찬송을 재즈로 들려주니 듣는 재미도 있고, 의외로 한국 교회의 영성과도 잘 들어맞더라”고 평했다.

이 밴드가 마침내 ‘두레방 밴드’라는 이름을 걸고 교회 밖으로 나가게 됐다. 집회 사례금 또는 헌금으로 두레방의 새 보금자리 마련을 돕기 위해서다. 이는 1992년부터 두레방에서 사역해오며 현재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장 목사의 제안에 따라 이뤄졌다. 지난해 말 지역 개발 여파로 두레방이 현재 건물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는 비보가 장 목사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사실 그 즈음 장 목사는 대치동에서 의정부까지 사역하러 다니기가 매우 힘들어 그만 하고 싶다고 기도하는 중이었다. 그는 “괜히 투정 한번 부려봤다가 옴팡 덮어썼지요”

라면서 웃는다. 무엇보다도 그는 자신의 제안에 한치의 주저함도 없이 동의해 준 단원들과 담임목사의 본격적인 ‘외도’에 흔쾌히 동의해 준 성도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밴드는 25일 첫 집회에서는 찬송가 ‘죄짐 맡은 우리 구주’와 ‘살아계신 주’를 스윙 재즈로, ‘나의 죄를 씻기는’을 펑크로, ‘실로암’을 코드 재조합을 통한 고급스러운 재즈풍으로 연주할 계획이다. 또 장 목사가 1992년 성탄예배 때 처음 두레방을 찾아 여성들의 닫힌 마음이 열리기를 기도하는 심정으로 불렀다는 동요 ‘섬집아기’, 전 감독이 이번 제안을 받고 기도할 때 마음에 처음 떠올랐다는 CCM ‘아버지 당신의 마음이’ 등도 불려진다.

장 목사는 “기지촌 여성들은 가장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이라면서 “그들의 애환과 절규와 탄식과 기도와 꿈이 고스란히 반영되면서도 성령의 감동과 희망을 느낄 수 있는 찬양집회를 이끌어나가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찬양집회 신청은 인터넷 홈페이지(durebang.org)에서 할 수 있다.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