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혈 이식 수술로 뇌성마비 일부 치료 분당차병원 김민영 교수팀
입력 2010-03-23 19:48
국내 의료진이 제대혈(탯줄혈액) 이식을 통해 뇌성마비 증상 일부를 치료하는 데 성공했다.
CHA의과학대 분당차병원 재활의학과 김민영(사진) 교수팀은 지난해 9월 생후 8개월, 32개월인 뇌성마비 어린이 2명에게 미리 냉동 보관해 뒀던 각자의 제대혈을 각각 이식한 뒤 7개월여 추적 관찰한 결과, 혼자 일어서기와 걷기 등 치료 효과가 나타났다고 23일 밝혔다. 출산 시 배출되는 제대혈에는 백혈구·적혈구·혈소판 등을 만드는 조혈모세포 외에 신경·근육·연골·뼈 등을 만드는 중간엽 줄기세포가 들어있다.
생후 8개월 아이의 경우 치료 전에는 혼자서 앉지 못하는 것은 물론 네발 기기 자세를 취하지 못하고 배밀이 등을 전혀 하지 못했다. 하지만 제대혈을 정맥 내에 이식하고 줄기세포의 효능을 높이는 적혈구 생성 인자를 총 12회가량 주사한 결과, 약 4주 만에 배밀이가 시작됐고 6주 후에는 쉽게 배로 기게 됐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또 시술 3개월째에 누웠다가 스스로 앉는 자세를 취하고 5개월째부터 무릎으로 기고, 잡고서는 모습이 관찰됐다. 생후 32개월 아이는 시술 전만 해도 앉은 자세를 만들어 줘도 유지할 수 없고, 옆으로 돌아눕기가 어려운 상태였지만 시술 2주째부터 몸통 아래에서 팔을 스스로 빼냈으며 1개월째에 돌아눕기도 가능해졌다. 5개월째부터는 엄마 몸이나 소파에 기대 서 있기가 가능해졌다.
김 교수는 “두 아이의 뇌MRI 영상에서 백질신경 섬유의 양이 뚜렷하게 증가한 것이 관찰됐는데, 이는 제대혈 안에 든 줄기세포가 신경으로 분화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뇌성마비의 흔한 원인인 백질연화증의 근본 치료 방법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