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슈퍼마켓 왕 구베이씨 55년만에 지킨 ‘하나님과의 약속’

입력 2010-03-23 21:23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영국 해군에서 전역했을 때 앨버트 구베이(사진)가 가진 것은 양복 한 벌과 80파운드가 전부였다. 27세 젊은 청년은 간절히 기도했다. “주님, 저를 백만장자로 만들어주시면 절반을 주님께 돌려드리겠습니다.”

구베이는 군용 무가당사탕을 파는 사업을 시작했지만 시원찮았다. 군수품 반출이 중단되면서 새로운 일거리를 찾아야 했다.

미국 독일 등을 돌아다니며 사업 아이디어를 얻은 구베이는 1965년 영국 남서부의 해안도시 프레스태틴에 ‘퀵 세이브(Kwik Save)’라는 할인점을 열었다. 다른 가게보다 싸게 물건을 팔기 위해 노력했다. 5년 만에 지점이 24개가 될 정도로 대성공을 거뒀다. 런던주식시장에 상장되면서 1400만 파운드를 벌었다. 이어 토털 피트니스 체인을 창업하고 부동산 개발에 성공하면서 재산은 점점 불어났다. 부자가 됐지만 그는 작업복을 입고 공사현장에서 일하는 등 근면함과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60여년 전 ‘겨우’ 백만장자가 되길 기도했던 구베이는 이제 5억 파운드(약 8500억원)의 재산을 가진 거부가 됐다.

영국 BBC방송은 올해 82세의 구베이가 자신의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했다고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언론 앞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젊은 시절 맺은 하나님과의 약속을 지키겠다”고 짧게 이유를 밝혔다.

구베이는 자신의 이름을 딴 자선기금을 설립하고 여기에 재산을 헌납했다. 자선기금의 절반은 교회의 프로젝트에 쓰고, 나머지는 기금운영위가 사용처를 결정한다. 남은 재산도 자신이 죽을 때 모두 넘겨주기로 했다.

구베이는 “남은 생애에 더 많은 돈을 벌어 지금의 2배인 10억 파운드 이상을 기부하는 게 목표”라면서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한 푼이라도 더 아끼고 더 열심히 일하겠다”고 말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