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앞세워 “고수익” 100억대 피라미드 사기

입력 2010-03-23 19:11

유명 연예인을 동원해 케이블TV 방송사를 코스닥에 상장한다고 속여 피라미드 수법으로 투자금 104억원을 가로챈 연예기획사가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3일 “매달 5%의 이자를 주겠다”며 이모(65·여)씨 등 887명으로부터 104억원을 끌어 모아 가로챈 혐의(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엔터테인먼트 업체 A사 대표 박모(41)씨와 전 대표 오모(40)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또 A사가 만든 불법 투자유치 업체 B사 경영이사 한모(35)씨 등 회사 관계자 1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박씨 등은 2008년 9월부터 자신들이 만든 여행 전문 케이블TV 방송사를 2010년 10월 코스닥에 상장시켜 수익을 내주겠다고 광고했다. 특히 이들은 A사에 소속된 유명 연예인 일부를 투자설명회에 참여시켜 투자를 유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박씨는 최근 3년간 26억원의 적자를 보는 등 방송사를 상장시킬 여력이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A사 소속 연예인들은 경찰 조사에서 “피라미드 사기에 이용당하는 줄 몰랐다”고 말했다.

이들은 본부장, 국장 등 단계별 직급을 매겨 하위 투자자를 모집하도록 했고, 직급에 따라 투자금의 25%까지 수당을 지급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 모았다. 이들이 챙긴 투자금 104억원 가운데 64억원은 수당으로 지급됐고 35억원은 방송사의 영업 손실을 메우기 위한 자금 등으로 쓰였다.

경찰 관계자는 “투자자는 대부분 주부와 퇴직 직장인 등으로 연예기획사가 투자자를 모집한다는 말에 속아 목돈을 날렸다”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