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수뢰 입증” VS 韓 “거짓 입증”

입력 2010-03-23 23:16

사상 처음 이뤄진 국무총리공관 현장검증 이후 검찰과 한명숙 전 총리 측은 검증 결과가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손익계산에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 전 총리를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권오성)는 현장검증을 통해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이 한 전 총리에게 5만 달러를 전달했다는 진술의 신빙성이 재확인됐다는 입장이다.

곽 전 사장이 오찬 후 2만, 3만 달러가 든 봉투를 의자에 테이블 방향으로 겹치지 않게 놓고 나온 구체적인 상황을 재연했고, 한 전 총리가 이를 집어 처리하는 데 몇 초밖에 걸리지 않았던 것이 검증된 만큼 현장검증의 성과가 있었다는 것이다. 또 한 전 총리가 오찬장에서 밖으로 나오기 전까지는 공관 직원이 오찬장 내부를 볼 수 없었던 데다 밖에서 대기하던 수행비서 역시 오찬장으로 가는데도 시간이 걸린 점을 감안하면 한 전 총리가 받은 봉투를 처리하는 데 시간적 여유가 충분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23일 “총리 경호원은 현관 앞 경호실에서 기다리다 손님이 나오면 현관에서 이들을 맞기 때문에 오찬장 내부 상황을 알기 어렵다”며 “수행과장이던 강모씨 역시 오찬장을 들여다보긴 힘들었다는 점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반면 한 전 총리 측은 현장검증을 통해 돈봉투를 받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점이 분명해졌다고 자평하고 있다.

오찬장 자리 배치를 보더라도 곽 전 사장은 한 전 총리 옆이 아닌 맞은편에 앉았기 때문에 “옆에 앉은 한 전 총리가 돈을 받은 뒤 웃었다”는 곽 전 사장의 검찰 조사 당시 진술은 신빙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당시 오찬장 참석자들이 거의 동시에 나온 점 등으로 볼 때 한 전 총리가 돈봉투를 서랍에 넣고 나오기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변호인 측 주장이다.

백승헌 변호사는 “오찬장은 외부 경호원이나 직원이 통유리를 통해 안을 볼 수 있는 구조”라며 “이런 곳에서 돈봉투를 줬다는 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장검증 후에도 양측 주장이 팽팽히 맞서 있는 만큼 29일 한 전 총리에 대한 피고인 신문에서 검찰과 변호인 측의 최종 승부가 갈릴 것이란 예상이 우세하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