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호칭, 의사냐 장군이냐 논란
입력 2010-03-24 00:15
‘의사(義士)’냐 ‘장군(將軍)’이냐.
육군이 안중근 의사의 호칭을 장군으로 공식화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육군은 충남 계룡대 육군본부 지휘부 회의실을 ‘안중근장군실’로 명명하고 공식 문서에 장군으로 명기키로 했다고 23일 밝혔다.
육군 관계자는 “안 의사가 군인이자 사상가이기는 하지만 스스로 군인임을 강조한 바 있고, 나라를 위해 기꺼이 목숨 바치는 군인정신을 구현한 점을 감안해 장군으로 부르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장군이라는 호칭은 단순한 계급적 의미가 아니라 나라를 위해 몸 마친 애국적인 행위를 표상하는 상징적인 호칭”이라고 덧붙였다.
안 의사는 1910년 2월 7일부터 14일까지 중국 뤼순 관동도독부지방법원에서 재판 받을 때 “(나는) 대한의군 참모중장의 신분으로 적장(이토 히로부미)을 죽였다”며 “국제법에 따라 전쟁포로로 대우해 달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몇몇 시민단체 등에서도 안 의사를 장군으로 호칭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정식 군대가 아닌 의병 지휘관을 장군으로 부르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또 장군이라는 호칭 자체가 역사성이 약하고, 안 의사의 활동을 ‘군인 활동’으로만 제한하는 것도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독립운동가 발굴과 선양 사업을 주관하는 국가보훈처가 장군 호칭에 반대하고 있다. 김양 보훈처장은 22일 일본이 보관하고 있는 안중근 의사에 대한 기밀 자료를 공개하는 회견에서 “수십년에 한 명 나올까 말까 한 의사를 매년 60명씩 배출되는 장군(장성)으로 부르는 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김 처장은 “지금까지 의사라고 칭했던 분을 장군으로 칭하면 오히려 강등시키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보훈처 다른 관계자도 “안 의사가 법정에서 참모중장이라고 밝힌 것은 개인의 신분이 아니라 나라를 대표했음을 강조한 것”이라며 “이후 황성신문 등이 숭고한 행동을 한 ‘의사’라고 표현했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이에 대해 공식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 원태재 대변인은 “육군이 안중근 의사 호칭을 장군으로 하는 것을 규제할 문제로 보지 않는다”며 “안 의사의 의거에서 나타난 군인정신을 이어가겠다는 차원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