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이혜경] 최고와 최적

입력 2010-03-23 18:00


얼마 전 새로운 직원을 뽑기 위한 면접심사가 있었다. 요즘 사회복지기관에서는 실무자가 면접심사에 참여하는 곳이 많은데, 우리 기관도 마찬가지여서 얼떨결에 나도 면접관으로 참여할 수 있었다. 엄격한 1차 서류를 통과하여 최종 면접을 하러 온 사람은 3명이었는데, 이들을 상대로 각자 30분씩 심층면접을 했다.

첫 번째 면접자는 아주 침착하고 차분한 사람이었다. 깔끔한 검정색 정장을 입은 그는 면접관의 질문에 정적이 느껴질 만큼의 시간 동안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는, 깔끔한 문장을 실수 없이 한 번에 말로 옮기는 사람이었다. 우수한 성적 및 아동복지와 관련된 그간의 경력들을 조곤조곤 설명하고, 침착하게 자기 소개를 하는 모습에서 조금의 빈틈도 느껴지지 않았다. 발걸음도 조심스러웠다.

두 번째 면접자는 면접장으로 들어올 때부터 활짝 웃어 보이더니, 시종 밝은 미소로 면접관들과 편하게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특정 분야에 한정되지 않은 경력이 자신의 최고 장점이라고 소개했다. 평소에 아이디어가 많은 것도 우리 기관에서 필요로 하는 업무에 매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당차게 말했다. 마지막 면접자는 박사과정까지 학업에만 매진해 온 사람으로 자신의 연구실적에 대해 브리핑을 했는데, 현장의 경험이나 봉사활동이 없어서인지 서로가 할말이 없어 면접시간이 반으로 짧아져 버렸다.

면접을 끝낸 후 면접관들은 자신이 채점한 내용을 가지고 오랜 논의에 논의를 거듭한 끝에 두 번째 사람을 낙점했다. 첫 번째 사람은 학업성적이나 다른 면에서 점수가 월등히 높았지만, 두 번째 면접자가 다른 직원들과 함께 잘 어울려 일할 수 있고, 비록 전문성은 좀 덜어지지만 앞으로 해당 업무를 배워가면서 잘 소화해낼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직원 면접에 참여하면서 놀란 것은 함께 일해 보자는 같은 목적으로 같은 공간과 같은 시간에 있었던 면접자와 면접관이 애초부터 다른 생각들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면접자들은 어떻게 해서든 자신이 이뤄온 행적들을 ‘최고’라는 틀에 끼워 맞춰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 자신의 것이 최고임을 증명하려고만 한다. 모든 스펙도 거기에 집중돼 있다. 하지만 면접관들은 여러 직원들과 함께 일할 직원을 찾는지라 최고인 사람보다는 우리 기관에 ‘최적’인 사람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들은 항상 최고가 되고 싶어 하고,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한다. 스스로를 꽉 채우는 것이 아니라 남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우위에 서려고 한다. 그리고 최고가 되지 못하면 낙오자라고 생각하고 쉽게 좌절해 버리고 만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이 과연 최고만을 원하는 것일까. 성경을 보면 하나님께서도 많은 사람들을 각기 다른 쓰임새로 사용하시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도 삶의 현장에서 최고만을 목표로 살아가기보다는, 하나님의 쓰임새에 맞는 최적의 사람을 목표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이혜경 한국아동복지협회 기획홍보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