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새로 시작된 한·일 역사 바로잡기
입력 2010-03-23 18:04
임나일본부(任那日本府)의 허구성을 일본 학자들도 공식 인정했다. 양국 정부의 지원으로 2007년부터 공동연구를 해온 제2기 한·일 역사공동연구위원회는 최종 보고서에서 그렇게 합의했다.
4∼6세기 경 한반도 남부, 즉 가야 지역을 일본이 정벌해 ‘일본부’라는 통치기관을 세웠다는 일본 측의 오랜 주장은 허무맹랑한 것이다. 그들은 ‘일본서기’(720년)에 기술된 진구(神功) 황후의 삼한(三韓)정복설을 근거로 삼아왔지만 일본서기가 신화와 사실을 구분 없이 나열하는 관제(官製) 역사서임을 감안하면 신빙성은 제로에 가깝다.
그럼에도 ‘삼한정복-임나일본부설’은 오랫동안 ‘한반도에 대한 침략과 지배’라는 당위적인 의제로 일본 사회에 뿌리내려졌다. 메이지유신 직후 터져 나온 정한론(征韓論)과 한반도 식민지지배의 정당성 주장도 여기에서 유래했다.
일본 식민사관의 뿌리를 이루는 임나일본부설 폐기는 분명 역사공동연구위원회의 성과다. 2001년 10월 제1기 위원회가 출범한 이래 10년째를 맞는 시점임을 감안하면 더딘 감이 없지 않지만 양국의 서로 다른 역사인식이 조금씩 조율되면서 방향을 찾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낙관은 금물이다. 위원회의 최종 보고서가 일본 역사교과서에 어느 정도 반영될지도 의문이다. 보고서는 교과서 집필에 참고자료로 활용되기는 하겠지만 보고서 내용을 그대로 반영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근현대사 분야에 대한 양국 위원들의 견해차는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다.
고종 을사늑약 추진, 강제징용 사실 무근, 강점기 일본어 사용해 조선 근대화 실현 등의 일본 측 주장은 매우 실망스럽다. 심지어 독도, 일본군위안부, 한일강제병합의 불법성 등은 아직 거론조차 하지 않은 주제다. 공동연구의 갈 길이 순탄치 않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양국의 견해차 좁히기는 계속돼야 한다. 특히 한국 측은 일본의 그릇된 역사인식을 설득하고 바로잡기 위한 사료 연구와 논리 개발에 더 힘써야 한다. 제3기 위원회도 조속히 구성해 협력의 시대를 향한 준비가 꾸준히 이어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