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장 오디션 갈등 어디까지 가나… 대량 징계 예고 장기전 가능성
입력 2010-03-23 17:38
오디션 실시를 둘러싸고 국립극장과 국립극장 예술노조가 팽팽한 대립을 계속하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 입장차가 분명할 뿐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갈등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립극장은 오디션 거부에 대해 징계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임연철 국립극장장은 22일 “오디션 불참 사유서를 받은 뒤 인사위원회를 열어 견책부터 정직에 이르는 징계 처분을 내릴 예정”이라며 “이와 별도로 빠르면 이번 주 중으로 다시 오디션을 진행할 계획이며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대량 정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립국악관현악단, 국립무용단, 국립창극단 등이 소속된 국립극장 예술노조는 지난 4∼5일과 18∼19일 실시예정이던 두 차례의 오디션을 모두 거부했다. 국립창극단은 1명을 제외하고 오디션에 응했지만 국립국악관현악단은 3명을 제외하곤 오디션에 불참했다. 현재로선 오는 25∼26일 예정된 국립무용단 오디션도 제대로 진행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국립극장 예술노조는 지난 8일 지방노동위원회 조정이 결렬된 후 11일 72%의 찬성으로 쟁위 행위를 가결했다. 상황에 따라 파업으로 행동 수위를 높일 여지를 둔 것이다. 노조는 징계 수위에 따라 법적 투쟁에도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양측이 팽팽히 맞서는 것은 오디션을 바라보는 입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국립극장은 종전의 상시평가제가 단원의 기량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었기 때문에 오디션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국립극장은 “오디션은 단원의 기량을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인사상 아무런 조치가 없을 것이며 노사교섭 사항이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국립극장은 올해 초 단원 기량 향상과 공연의 질을 높이는 차원에서 기량 점검을 위한 오디션을 도입키로 했다.
하지만 노조의 시각은 다르다. 극장이 주장하는 오디션은 단체협약에 어긋나는데다 오디션이 공정하게 치러질 수 있는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도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오디션의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얼마든지 해고를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방지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극단이 법인화 되는 과정에서 기존 단원이 모두 해촉되는 과정을 지켜본 이들이라 고용불안에 대한 우려가 큰 것도 사실이다.
양측의 단체협약은 지난 2월 26일부로 종료됐다. 6개월의 유예기간 내에 새로운 협약을 체결해야 한다. 매주 금요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지만 이견은 쉽게 좁혀지지 않고 있다.
갈등의 진폭이 커질수록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될 수 있다. 이미 지난 4∼5일 오디션이 엇박자를 내면서 19∼20일 예정이던 국립국악관현악단의 ‘뛰다 튀다 타다’ 공연이 취소된 바 있다.
김준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