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가 외면했던 60년전 진실… 노근리 사건 영화화 ‘작은연못’ 4월 개봉
입력 2010-03-23 17:37
6.25 전쟁 당시 충북 영동군 황간면 노근리에서 미군의 무차별적인 사격으로 주민 500여명이 무참히 살해된 노근리 사건. 이 비극적 사건은 1999년 AP통신이 최초 보도하며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왜 이런 이야기를 한국 사람들은 영화로 안 만드냐는 외국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하지 못했던 한국에서 드디어 ‘노근리 사건’을 다룬 영화가 제작됐다.
‘작은연못’(사진)은 힘없이 쓰러져간 민간인의 표정에 주목한다. 1950년 7월 미군이 패하면서 전선이 읍내까리 내려오자 충북 영동군 대문바위골 사람들은 짐을 싸기 시작한다. 그러나 정작 미군은 피난민 중에 위장한 적군이 있다면 피난민을 향해 무차별적 공습을 펼친다. 영화는 이유도 모른 채 죽을 수밖에 없는 민간인들의 모습을 세세하게 담는다. 아이는 엄마가 죽은 철길 위에서 엄마를 찾으며 울음을 터뜨린다. 미군이 아이의 울음이 듣기 싫다며 총질을 하자 아버지는 그 아이를 익사시킨다. 영어를 못 알아듣는 마을 사람들은 미군의 지시에 우왕좌왕하다가 총에 맞기도 한다. 등 위에 진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쉬는 사이에도 비행기의 폭격은 멈추지 않는다.
영화관을 가득 채우는 것은 그치지 않는 울부짖음과 총포 소리다. 역사책에서 한 줄의 설명으로 지나간 ‘노근리 사건’은 감당할 수 없는 슬픔과 우울함으로 점철돼 있다.
‘노근리’의 이면이 생생하게 펼쳐진 데는 문성근, 김뢰화, 전혜진 등 실력파 배우들의 공이다. 이들은 보수를 받지 않고 열연을 펼쳤다. 10억원이라는 적은 제작비에 비해 훌륭한 컴퓨터 그래픽과 특수 분장 역시 현물 투자와 노무를 지원한 영화장비업체의 노고도 빠뜨릴 수 없다.
2003년 국내에 번역본을 출간된 ‘노근리 다리’와 노근리 대책위원회 위원장 정은용씨의 저서 ‘그대, 우리의 아픔을 아는가’를 원작으로 삼았다. 한국전쟁 발발 60주년을 기념한 전쟁 블록버스터 영화 가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전쟁의 비극과 고통을 잔잔하게 보여주는 이 영화는 색다른 전쟁 영화로 다가온다. 4월 15일 개봉.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