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혈로 뇌성마비 치료”..첫 보고

입력 2010-03-23 09:13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자가 제대혈(탯줄혈액)을 이용해 만 1살 안팎 어린이의 뇌성마비 증상 일부를 치료했다는 보고가 나와 주목된다.

CHA의과학대학교 분당차병원 재활의학과 김민영 교수팀은 지난해 9월 뇌성마비 환자 2명을 대상으로 미리 보관해뒀던 자가 제대혈 줄기세포를 이식한 뒤 7개월여를 추적 관찰한 결과 혼자 일어서기와 걷기 등의 치료 효과가 나타났다고 23일 밝혔다.

김 교수는 이런 임상결과를 지난해 11월 대한재활의학회에서 발표했으며, 조만간 국제학술지를 통해 보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당시 제대혈 줄기세포를 이식하는 것과 동시에 줄기세포의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적혈구 생성인자를 함께 주입했다"면서 "제대혈을 이용한 뇌성마비 치료 사례는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처음"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번에 제대혈을 이식받은 뇌성마비 환자는 시술 당시 각각 생후 8개월째, 32개월째의 남자 아이였다.

8개월된 아이의 경우 신생아 황달과 뇌실 주변의 백질연화증으로 생후 5개월째부터 입원치료를 받아왔지만, 호전이 없었던 상태였다. 특히 이 아이는 혼자서 앉지 못하는 것은 물론 네발기기 자세를 취하지 못하고 배밀이 등을 전혀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 아이에게 냉동 보관해뒀던 자가 제대혈을 정맥 내에 이식하고, 적혈구 생성인자를 총 12회가량 주사한 결과, 시술 후 약 4주만에 배밀이가 시작됐고, 6주 후에는 쉽게 배로 기게 됐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또한 시술 3개월째에는 물건 2개를 한 손으로 잡고 노는 것은 물론 3개월만에 누웠다가 스스로 앉는 자세를 취하고, 5개월째부터 무릎으로 기고, 잡고서는 모습이 관찰됐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32개월된 아이는 시술 전만 해도 앉은 자세를 만들어 줘도 유지할 수 없고, 옆으로 돌아눕기가 어려운 상태였지만 시술 후에는 2주째부터 몸통 아래에서 팔을 스스로 빼냈으며 1개월째에는 돌아눕기도 가능해졌다.

이어 1.5개월째는 머리를 30초 이상 45도 각도 이상으로 유지했으며, 5개월째부터는 엄마 몸이나 소파에 기대 서 있기가 가능해졌고, 이후 사지의 경직도도 다른 경직성 뇌성마비 환자와 달리 상당부분 개선됐다고 의료진은 평가했다.

김 교수는 "두 아이는 몸 상태뿐만 아니라 MRI 촬영에서도 이전 사진과 비교해 백질신경섬유가 많이 발생한 점이 특징"이라며 "이는 자가 제대혈 이식이 뇌성마비 발생의 흔한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백질연화증의 근본적 치료방법이라는 것을 밝혔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의를 가진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