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미군 “아편 퇴치보다 민심”… 탈레반 돈줄 알면서도 재배 눈감기로
입력 2010-03-22 19:20
미군이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의 자금원이 되고 있는 아편 재배를 눈감아주기로 했다. 아프간 주민의 민심을 먼저 얻는 게 대(對)탈레반 작전에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다.
미군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고위 사령관들은 2001년 아프간전을 시작한 이후 줄곧 펼쳐왔던 아편 퇴치작전을 더 이상 진행하지 않기로 최근 결정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미군이 최근 장악한 탈레반의 최대 거점도시 마르자의 주민들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서다. 이곳 주민 60∼70%가 아편 재배에 종사하고 있다는 현실이 반영됐다. 주민들을 설득해 치안을 확보하는 게 아편 퇴치보다 더 시급한 과제로 파악한 것이다.
제프리 에거스 미군 중령은 “마르자는 지금 특수한 경우에 속한다”며 “우리는 그들의 마음을 얻어야 하기 때문에 그들의 생계수단을 건드리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유엔도 동조하고 나섰다. 유엔 마약범죄사무국(UNODC) 아프간사무소의 장 뤽 레마유 대표는 “아편 퇴치작전을 중단한 건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당장 아프간 정부의 반발이 거세다. 헌법상 금지된 아편 재배를 묵인할 경우 탈레반을 돕는 꼴이라는 것이다. 아프간 마약부 줄마이 아프잘리 대변인은 “탈레반은 아편으로 이익을 얻는 세력”이라며 “아편 재배 묵인은 적들로 하여금 재정을 확보해 우리를 죽이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아프간 마약 퇴치를 기본원칙으로 삼고 있는 미국 정부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국제사회의 비난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되고 있다.
아프간은 전 세계에 유통되는 아편의 90%를 생산한다. 아편 판매액은 지난해 114억 달러 규모로 아프간 국내총생산(GDP)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김영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