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지방선거 좌파야당 압승… 26곳중 24곳 싹쓸이
입력 2010-03-23 00:25
프랑스 집권 보수당이 지방의회 선거 참패 충격에 빠졌다. 무엇보다 민심이반이 표심을 통해 확실히 드러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2012년 대선 재선 가도에 빨간불이 켜졌다.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을 위해서는 개각을 통해 내각 면모를 일신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22일 파리 엘리제궁에서 프랑수아 피용 총리를 만나 선거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두 사람은 무려 80여분간 새 내각 진용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내각 총사퇴설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앞서 대통령 비서실은 중폭 개각을 시사했다. 영국 BBC 방송은 사르코지 대통령이 총리 사퇴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21일 치러진 결선투표에 대한 개표 결과, 사회당 유럽생태당 공산당 등 좌파연합은 득표율 54%를 기록하며 중도우파에 대해 초유의 압승을 거뒀다고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이 22일 보도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이 이끄는 집권 대중운동연합(UMP) 등 중도우파는 35% 득표율에 그쳤다. 극우파 국민전선(FN)은 예상 밖에 선전해 10%를 기록했다.
지난 14일 1차 투표에 이어 결선투표에서도 압승함에 따라 좌파 야당연합은 프랑스 본토 22개 지방 의회 중 우파의 아성인 알자스를 제외한 21곳을 장악하게 됐다. 해외령 4곳도 레위니옹을 제외한 3곳에서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르탱 오브리 사회당 당수는 “전례 없는 승리”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피용 총리는 선거 직후 기자들에게 “이번 선거는 프랑스인들이 자신의 연금과 사회보장을 더 걱정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패인을 분석했다. 그러면서 “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겠다”고 밝혀 내각 총사퇴를 시사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임기 후반 개혁작업에 제동이 걸릴 공산이 크다. 그는 이미 레임덕 현상을 보이며 구조조정 속도를 늦추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사르코지는 2007년 선거에서 프랑스 국민에게 더 많은 부와 감세혜택, 경쟁력 있는 프랑스라는 기치를 내걸고 사회당 세골렌 루아얄 후보를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하지만 이번 선거 결과는 그가 경제위기, 실업률 고공 행진 등으로 인기를 잃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분석했다. 무슬림 여성 부르카 착용 금지 등의 우파 정책은 극우파에만 도움이 됐다. 극우파 국민전선은 사르코지 지지 지역에서 많은 표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선거는 2012년 대선을 앞둔 마지막 대규모 선거라는 점에서 차기 대선 구도를 가늠하게 하는 풍항계다. 사회당은 생태당과의 연합전선을 잘 구축할 경우 2012년 대선에서 기회를 잡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사회당 대선 후보군에는 스타플레이어가 없어 사르코지 대통령이 국제무대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경우 전혀 승산이 없는 건 아니라고 NYT는 전망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