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 창립 43돌…다시 고개드는 김우중 재기說
입력 2010-03-23 00:27
“누가 뭐래도 우리 대우는 세계경영을 선도했다. 김우중 회장님께서 건재하시고, 우리가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
22일 서울 남대문로5가 밀레니엄 서울힐튼 호텔에서 열린 대우그룹 창립 43주년 기념식. 김영훈 전 대우전자 회장은 의미심장한 건배사를 했다. 이 자리에는 전 대우그룹 출신 임직원 모임인 대우인회와 대우세계경영연구회 회원 500여명이 참석했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도 함께했다. 참석자들은 김 전 회장에게 초상화를 선물했다. 김 전 회장은 만찬 도중 테이블을 일일이 돌며 모든 참석자에게 “새해 복 많이 받으라. 와줘서 고맙다” 등의 인사를 건넸다.
김 전 회장은 베트남에 체류하다 최근 귀국했다. 일각에서는 이날 모임에 대해 김 전 회장이 ‘세계경영’을 재개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전 대우그룹 관계자는 “오늘 행사에서 세계경영연구회 활동과 관련한 논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의) ‘재기’가 아니라 (세계경영에 대한) ‘재평가’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전 회장은 행사를 마친 뒤 “대우그룹 창립 50주년이 7년 남았다. 대우세계경영연구회가 대우 가족들에게, 또 자식들에게 과거 우리가 어떤 일을 이뤘는지 알리기 위해 구체적으로 실천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김 전 회장의 재기 신호탄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2008년 사면 이후 운신 폭이 커진 데다 대우조선해양, 대우인터내셔널 등 과거 계열사들도 건재하다.
김 전 회장의 최근 행보도 예사롭지 않다. 그는 지난해 3월 대우그룹 창립 42주년 기념행사에 그룹 해체 이후 10년 만에 처음 모습을 나타냈다. 같은 해 10월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창립총회에는 육성이 담긴 영상편지를 보냈다.
일각에서는 김 전 회장이 재기할 무대가 한국이 아니라 베트남이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동안 베트남에서 김 전 회장이 쌓은 네트워크와 인맥이 상당하고 베트남에서 대우 브랜드에 대한 인식도 아직 강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김 전 회장 부인 정희자씨는 이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우의 명예 회복을 간절히 바란다”며 “대우는 전 세계에 아직 명예가 남아 있고, 네트워크가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여론은 호의적이지 않다. 또 김 전 회장의 건강이 좋지 않다. 재기하기엔 일흔넷이라는 나이도 부담이다. 김 전 회장은 위암 수술 등을 받고 현재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전 대우그룹 관계자는 “재기라고 보는 것은 무리”라며 “다만 그의 경험과 네트워크를 통해 한국경제에 기여할 수는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정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