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대 때문에 집값하락? 주민 항의에 경찰 곤혹
입력 2010-03-23 00:23
“집값 떨어지니 지구대가 없었으면 좋겠어요.”(아파트 주민)
“최대한 피해를 안 주겠습니다.”(지구대)
서울 용산동의 한 고층 주상복합 아파트 1층에 자리 잡은 한강로지구대가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한강로지구대는 지난달 25일 용산역 근처의 옛 지구대 부지가 재개발지역으로 지정되면서 현재 위치로 이사했다.
새 둥지를 튼 기쁨도 잠시. 지구대 측은 예상치 못한 주민 항의에 시달려야 했다.
주상복합 아파트주민들이 “경찰이 자주 보이는 것 자체가 불안하다. 아파트 자체도 방범이 훌륭하다”며 지구대 입주에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
일부 주민은 지구대에 전화를 걸어 “타워팰리스에 살 때 주민센터를 쫓아냈다”며 엄포를 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주상복합 아파트는 부유층이 대거 입주한 신축 건물로 60평대 아파트 한 채의 매매가가 25억원을 넘는다.
지구대 관계자는 22일 “사설 경비업체가 방범을 맡고 있어서 지구대의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 같다”며 “그러나 주변에 공사장 등 으슥한 곳이 있어 불안했는데 잘됐다고 환영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파트 부녀회 관계자는 “주변 반응이 대체로 부정적이다. 심야에 취객과 우범자, 경찰차가 드나드는 것을 반길 사람은 없다”며 “땅값도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부녀회 관계자는 “평소에 치안이 불안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주상복합 1층에 지구대라니 황당하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한강로지구대 인근 A부동산 관계자는 “아직 시세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 지구대가 왔다고 해서 집값이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구대 앞에 세워둔 순찰차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일부 주민들이 “다니기에 불편하다” “불법주차 아니냐”고 따지는 상황이다.
지구대 측은 “소방도로가 아닌 아파트 공용부지이기 때문에 불법주차가 아니다”며 “피의자를 호송해야 하는 업무 특성상 지구대 앞에 순찰차를 주차시키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해명했다. 지구대 관계자는 “원래 파출소가 있던 자리에 재개발 조합원 자격으로 지구대가 들어온 것”이라며 “며칠 전 입주자 대표를 만나 사정을 잘 설명했고 대화를 통해 주민들과 문제를 풀어가겠다”고 말했다.
일선 경찰서와 지구대에 따르면 한강로지구대만이 이 같은 일을 겪는 것이 아니다.
서울 강남의 한 경찰서 생활안전계장은 “어떤 사람들은 파출소를 혐오시설로 여긴다”면서 “순찰하는 경찰 모습이 보기 싫고 집값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고 있어 어려움이 많다”고 전했다.
엄기영 유성열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