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00년만에 건보개혁 이뤘다

입력 2010-03-23 00:34

약 100년에 걸친 미국의 건강보험 개혁 노력이 사실상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미 하원은 21일 밤(현지시간) 전체회의에서 전 국민 보험 혜택 등을 주요 골자로 한 건강보험 개혁 법안을 찬성 219표, 반대 212표로 가결(가결정족수 216)시켰다. 공화당 의원 178명 전원과 민주당 의원 34명이 반대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2일 오전 백악관에서 이 법안에 서명함으로써 역사적인 건강보험 개혁법을 발효시켰다.

이에 따라 미국은 1912년 민주당의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이 대선 공약을 내건 이래 100년 가까운 세월 만에 전 국민 건강보험 혜택에 가장 근접한 제도를 확립하게 됐다. 정부가 경영하는 퍼블릭 옵션(public option) 도입은 무산됐지만 이번 건보법 발효로 향후 10년간 재정 9400억 달러가 투입돼 전 국민의 95%까지 보험 혜택을 볼 수 있게 됐다. 현재 보험 미가입자 5400만명 중 3200만명이 수혜 대상이 된다.

또 보험사가 과거 병력 등을 이유로 보험 가입을 거부할 수 없게 됐고, 일방적으로 보험료를 올릴 수도 없다. 일정 규모 이상 회사는 피고용인의 건강보험 가입을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하원 통과 직후인 밤 11시45분 백악관 이스트 룸에서 “통과된 법안이 건강보험 시스템에 관한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하겠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낙태 시술에 연방기금이 지원될 수 없도록 대통령 행정명령을 내리겠다는 약속으로 민주당 내 반대 입장의 의원 7명을 설득했고, 막판에 가까스로 가결정족수를 확보할 수 있었다.

하원은 통과된 건보안의 일부 선심성 예산 특혜 내용을 보완한 수정안을 함께 가결했다. 이 수정안이 다음 주 중 상원에서 통과되면 일정한 절차를 거쳐 발효된 건보법을 대체하면서 입법 작업이 완전히 마무리된다.

하지만 공화당은 재정적자 확대와 증세를 이유로 11월 중간선거에서 다수당을 차지하면 이 법을 철회시키겠다고 밝혔다. 또 일부 주에서 위헌 소송을 제기하는 등 반대운동을 펼 예정이어서 건보 문제는 계속 정치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