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만에 제짝 찾은 덕수궁 향로

입력 2010-03-22 18:28


덕수궁 중화전에 뚜껑 없이 서 있던 향로 한 쌍 가운데 1기가 100년 만에 제짝을 찾았다.

국립고궁박물관(관장 정종수)은 2005년 개관 이후 소장하고 있던 각 궁릉의 유물을 실사하는 과정에서 이 향로 뚜껑을 찾았으며, 조각 수법과 사진 자료 등 비교를 통해 덕수궁의 향로 뚜껑으로 확인됐다고 22일 밝혔다. 이 향로 뚜껑은 종묘에서 옮겨온 유물에 섞여 있었다.

덕수궁 중화전에 현재와 같이 다리가 셋 달린 청동 정형향로(鼎形香爐)가 등장한 것은 1904년 화재로 소실된 중화전이 1905년 8월 24일 단층으로 중건될 때의 일이다. 1910년대 사진에 향로 뚜껑이 등장하는 점으로 미뤄 그 이후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정계옥 고궁박물관 유물과학과장은 “일제강점기 향로의 허술한 관리로 뚜껑이 없어진 것으로 유추된다”면서 “정확한 유출 경로는 알 수 없지만 종묘에서 보관돼오다 이번에 5대궁 유물 실사 과정에서 뚜껑을 찾았다”고 말했다.

이 고정식 대형 향로는 조선시대 법궁(法宮·임금이 주로 거처하고 공식 활동을 하던 궁궐)인 경복궁 근정전과 대한제국의 법궁인 덕수궁 중화전에만 좌우 양쪽에 각 한 개씩 설치돼 있던 것으로, 왕실의 위엄과 권위를 보여주는 유물이다.

향을 피우면 용의 입과 몸체 뚜껑의 구멍 사이로 연기가 나 하늘로 올라가면서 마치 용이 구름 위를 날고 있는 것과 같은 엄숙함을 자아낸다. 경복궁 향로 뚜껑에 표현된 용의 얼굴은 갸름한 형태인데 반해 덕수궁 향로에 표현된 용의 얼굴은 하단부가 넓고 통통한 분위기가 특징이라고 박물관 측은 설명했다.

문화재청은 앞으로 고궁박물관의 자료를 기반으로 중화전의 향로 뚜껑을 복원할 예정이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