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탁 교육공무원 명단공개… 서울시교육청, 교장 퇴직땐 무조건 공모
입력 2010-03-22 21:41
서울 구로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 A씨는 “인사를 담당하는 교육청 장학사들한테 술 한잔 사지 않고 전문직 시험을 통과하는 사람은 전체의 10%도 안 된다”고 단언했다. 1989년 임용돼 올해로 교단에 선 지 21년이 됐다는 그는 “장학관과 장학사, 일선 교사집단으로 ‘라인’이 형성되고 계속해서 돈과 접대가 오간다는 점이 교육계 인사 청탁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대학에서 시간강사들이 교수로 임용되기 위해 정교수들한테 공을 들이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청탁이 오가고, 그 자체가 ‘패거리’가 돼서 교육 행정을 주무르게 되는 거죠.”
서울시교육위원회 관계자 B씨 역시 “인사가 나기 전부터 ‘누가 어느 학교 교장으로 간다더라’는 식의 얘기가 떠돌고 결국 현실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그만큼 인사 청탁이 만연해 있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되물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경찰서에서 한 장학사가 교직 매매 사실을 취중에 폭로하면서 시작된 검찰의 ‘매관매직 수사’는 서울시교육청 전직 고위 간부들을 거쳐 현재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까지 다다른 상태다.
시교육청은 22일 이처럼 뿌리 깊은 인사 청탁 문화를 근절하기 위해 앞으로 청탁을 하는 교육공무원들의 명단을 공개하고 인사상 최대한 불이익을 주겠다고 밝혔다.
이성희 교육감권한대행은 이날 ‘서울교육 발전 종합대책’을 내놓으며 “인사 청탁은 내게도 올 수 있고 국·과장에게도 올 수 있는데 이들로부터 청탁자 명단을 전부 제출받아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명단을 공개한다고 하면) 청탁이 더 이상 음성적으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시교육청은 이와 함께 올해부터 시내 모든 공립학교에 교장공모제를 도입해 나가는 방안도 발표했다. ‘100% 공모제’ 방침을 밝힌 곳은 서울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오는 8월 현재 교장이 정년퇴직하는 초등학교 47곳, 중·고교 30곳 등 77곳은 공모제로 교장을 뽑게 된다. 시교육청은 2014년까지 전체 공립학교의 50%, 8년 후인 2018년까지는 모든 학교를 공모제 교장이 운영하도록 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번 공모제가 일반 평교사나 외부 인사가 아닌 교장자격증을 가진 교원으로 한정되는 초빙형 공모제라는 점에서 실효성 논란도 일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는 “공모제 형식은 학교 구성원 추천에 근거하고 있지만 사실상 교육청에 임명권이 있다”며 “교장들의 ‘교육청 줄서기’는 더욱 심해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