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稅 도입, 4월 IMF 보고서 이후 본격화
입력 2010-03-22 18:25
주요 선진국들이 대형 은행에 대해 ‘은행세(bank levy)’를 물리는 쪽으로 의견을 모아가고 있어 주목된다. 아직 과세 범위와 대상 금융기관 등 핵심적인 내용은 윤곽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미국 영국 등이 오는 11월 G20(주요 20개국) 회의에서 국제적 합의를 이루겠다는 계획이어서 국내 은행업계에도 상당한 영향이 예상된다.
22일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구제금융을 회수하고 은행의 과도한 리스크 추구 행위를 규제하기 위해 ‘금융위기 책임세(Financial Crisis Responsibility Fee)’ 도입 계획을 밝힌 이후 영국, 독일, EU(유럽연합) 등이 잇달아 찬성 의사를 밝히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아이디어는 은행의 법정 자본금과 미국 연방보험공사(FDIC)에서 인증한 자산을 제외한 은행의 자산에 0.14%의 세금 또는 수수료를 물려 10년간 900억 달러를 거두겠다는 것이다.
오바마 안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는 영국이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가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 등을 통해 적극지지 의사를 밝힌 데 이어 21일에는 오는 5월 총선에서 집권이 예상되는 야당 보수당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재도 집권 시 국제사회의 호응이 없더라도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하는 것과 유사한 은행세를 도입하겠다고 선언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지난 14일 앞으로 은행이 유발한 위험 비용을 납세자가 부담하지 않도록 은행에 ‘책임 비용’을 부과하는 방안을 포함해 다양한 정책 시스템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은행 해외조사실 노진영 과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논의 중인 금융규제 방안 중 가장 도입 가능성이 높은 것 중의 하나가 은행세”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각국의 입장은 원론적인 것으로, 각론에 들어갈 경우 나라마다 이해가 엇갈려 결과를 낙관할 수 없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금융연구원 김병덕 연구위원은 “향후 금융위기 발생 시 정부뿐 아니라 금융기관도 재원을 부담해야 한다는 은행세의 기본 아이디어만 알려진 상태”라며 “금융위기 발생 전에 은행세를 부과할지 사후에 할지, 구제금융을 받은 은행만으로 징수대상을 한정할지 등 나라별 이해관계가 엇갈릴 부분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다음달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국제통화기금(IMF)의 은행세 도입에 대한 보고서가 나오면 본격적인 검토가 시작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배병우 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