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진정으로 급등세 주춤하더니… 금값 다시 꿈틀 왜?
입력 2010-03-22 18:22
국제 금 가격이 꿈틀거리고 있다. 금은 대표적 안전자산이다. 금융시장 불안, 인플레이션(화폐 가치가 하락하면서 물가가 폭등하는 현상) 우려가 높아지면 화폐를 대체한다.
금 가격은 금융위기 이후 꾸준하게 올라 지난해 10월 온스(1온스=28.3g)당 1000달러를 돌파한 뒤 연말에는 1134달러까지 상승했다. 올 들어 잠시 숨을 고르더니 다시 1100달러대에서 맴돌고 있다. 금값이 고공행진을 하는 데는 남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
◇얼마나 올랐나=22일 런던금시장협회(LBMA)에 따르면 런던 금시장에서 공시하는 금 고정가격은 지난해 1월 온스당 858.69달러에서 계속 상승해 10월 1043.16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가격은 1134.72달러였다. 영국 런던의 금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거래량이 많은 국제 시장이다. LBMA는 매일 고정가격을 공시한다. 올 들어 금 가격은 1월 1117.96달러에서 지난달 1095.41달러로 조정을 받았지만 이달 들어 1100달러대로 복귀했다.
금 가격은 이미 2007년부터 상당 폭 올랐다. 2007년 1월 631.17달러였던 가격은 12월 803.2달러까지 급등했다. 국제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면서 신흥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2008년에는 상반기에 900달러대까지 오르다 하반기 금융위기가 본격화되면서 800달러대로 잠시 주저앉기도 했다. 인플레이션보다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위기감이 더 높아서였다.
◇왜 오르나=가장 큰 이유는 안전자산 선호 현상에 있다. 금융시장 불확실성 때문에 금, 은행 예금, 채권 등으로 돈이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두바이, 그리스 사태로 불거진 소버린 리스크(국가 채무 위기)는 안전자산 선호 추세를 부추기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 돈을 찍어 디플레이션을 피하는 방식을 택하면서 인플레이션 경고음이 높아지고 있다. 금은 인플레이션을 헤지(위험 회피)하는 수단이다. 시장에서는 글로벌 디플레이션 공포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엄청난 유동성이 자산 투자에 몰리면 더 큰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 곽병열 수석연구원은 “각국이 공조해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유동성을 풀어 증시와 경기를 끌어올렸다. 이제는 그에 따른 역풍이 불고 있다. 안전자산 선호 현상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각국 중앙은행의 수요가 한몫을 하고 있다. 금 공급량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중앙은행과 투자자 포트폴리오(자산 배분)에 작은 변화라도 생기면 가격이 가파르게 움직인다. 세계금위원회(WGC)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의 금 보유량은 14.4t으로 지난해 6월 말 대비 0.1t 늘었다. 보유량으로는 조사 대상 113개국 가운데 57위다.
금 보유량은 미국이 8133.5t으로 1위다. 미국은 전체 외환 보유액의 70.4%를 금으로 갖고 있다. 이어 독일(3406.8t), 국제통화기금(IMF·3005.3t), 이탈리아(2451.8t), 프랑스(2435.4t), 중국(1054.1t), 스위스(1040.1t), 일본(765.2t) 등이다.
한편 거품이 끼어있다는 분석도 있다. 현재 글로벌 경제 상황이 공황에 가까운 위험이 없고, 은행 예금마저 걱정할 수준은 아니기 때문에 가격 상승세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