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에 취해 쓴소리 외면한 도요타의 ‘이면’… ‘PD 수첩’서 조명
입력 2010-03-23 00:31
쓴소리 해온 전문가 만나 성공에 가려진 실상 추적
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외는 ‘도요타 배우기’에 열을 올렸다. 2007년 도요타 자동차가 자동차 생산대수 951만대로 GM을 제치고 업계 1위로 올라서자, 도요타의 정신과 생산 방식을 다룬 경영 서적이 쏟아졌다. 제조업 강국 일본의 자랑이자 혁신적인 기업으로 각인돼온 이 회사가 요즘 추락하고 있다.
지난 8월 미국에서 발생한 렉서스 자동차 결함으로 일가족 4명이 숨지는 사고는 비극의 시작이었다. 도요타는 전 세계적으로 860만 여대에 달하는 리콜로 약 2조2000억 원 가량 손실을 봤다. 도요타 아키오 사장은 미국 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거듭 사과를 하는 굴욕을 맛보기도 했다. 2∼3년 사이 도요타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우리가 보지 못했던 것일까? MBC ‘PD수첩’ 제작진은 세계가 눈 감아온 도요타의 실상을 취재했다.
제작진은 세계가 도요타를 칭송하는 동안에도 꾸준히 도요타에게 쓴 소리를 해온 사람들을 만났다. 도요타 미국법인의 전 수석 변호사 디미트리오스 빌러는 “도요타가 차량 전복사고 자체 실험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실험을 다시 하라고 지시한 적이 있다”고 털어놓는다. ‘토요타의 어둠’이라는 책을 쓴 저널리스트 하야시 마사아키씨는 언젠가 도요타의 결점이 드러나 큰 문제가 될 것임을 예상했다고 말한다.
조금만 비판적으로 살펴봤다면 도요타의 부실은 감지될 수 있었을 것이다. 2004년 8월 구마모토현에서 ‘하이럭스’를 운전하던 한 남성이 핸들 조작이 안 된다며 자동차와 충돌해 5명이 부상당한 적이 있었다. 운전자의 실수라는 도요타의 주장에도 불구, 일본 경찰은 2년 후 도요타 고객품질부장 등을 업무상 과실 상해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1996년 사내조사에서 이미 이 사고의 원인이 된 부품인 릴레이 로드의 결함을 알았으면서도 숨겼기 때문이다. 결국 도요타는 사건 발생 2년 후에 33만 대의 하이럭스 차량을 리콜하고 사장이 공식 사과했다.
유독 도요타에 침묵해온 언론의 책임도 크다. 도요타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유지해온 독립 언론사 ‘주간 금요일’의 히라이 야스시 편집장은 광고수입이 중요한 미디어 업계에서 일본 제일의 광고주인 도요타 자동차에 대해 비판적인 이야기를 다루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도요타의 이면을 보기보다 국가의 자존심으로 긍정하는 기사 일색이었다.
연출을 담당한 김재영 PD는 “어떤 기업이라도 언론이나 노조, 외부의 시선 등으로부터 비판의 목소리를 차단한다면 결코 내적으로 건강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도요타 사태’에서 보듯이 기업에서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소통되지 않는다면 오랫동안 가둬둔 물은 썩을 것”이라고 말했다. 23일 오후 11시 15분 방송 예정.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