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 “압력설은 사실”… 의혹 전한 김씨 3월 23일 회견
입력 2010-03-22 21:35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의 ‘봉은사 직영사찰화 외압설’과 관련해 진실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안 원내대표와 처음 의혹을 제기한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의 주장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안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며, 정치쟁점화를 시도하고 있다. 2008년 집권 첫해 종교 편향 논란에 시달렸던 여권도 봉은사 사태의 전개 추이를 긴장어린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물론 조계종 총무원 측이 명진 스님의 주장을 일축하면서 안 원내대표와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어 여권과 불교계의 대립으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봉은사 직영사찰화로 인해 자신의 입지가 축소될 것을 우려한 명진 스님의 개인적인 반발이라는 것이 총무원 측의 시각이다. 하지만 정권에 비판적인 불교계 인사에 대해 여권이 압력을 행사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어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삼성동 봉은사 주지 명진(60) 스님은 22일 봉은사가 최근 조계종 직영사찰로 전환하게 된 과정에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압력이 있었다는 주장을 거듭 제기했다.
명진 스님은 이날 오전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안 원내대표와 자승 총무원장의 지난해 11월 13일 회동에) 동석했던 김영국씨가 찾아와 ‘안 원내대표가 자승 원장에게 강남의 부자 절에 좌파 주지를 그렇게 놔두면 되겠느냐는 얘기를 했다’는 말을 전했다”고 밝혔다. 명진 스님은 “그러고 난 뒤에 봉은사 직영 이야기가 나온 것”이라며 “(봉은사 직영사찰 전환을) 입안한 사람이 없고, 종무원들도 전부 이 사실을 모른다”고 말했다.
이런 결정이 내려진 것과 관련해서는 “자승 원장이 ‘죄송합니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라고 했다”면서 “(원장 스님이) 이렇게 얘기할 정도면 외부의 압력이 아니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명진 스님은 “제 말이 근거 없는 허황된 얘기였다고 판단된다면 저는 조계종에서 승려생활을 그만둘 생각”이라고 배수진을 쳤다.
명진 스님은 안 원내대표가 전날 자신을 모른다고 한 것은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10여년 전 자승 원장이 연주대(관악산에 있는 사찰) 주지로 있을 때 제가 연주대 선원장으로 있었고, 안 원내대표는 과천지역 국회의원이어서 초파일 행사 때마다 올라와서 식사를 같이하고 저하고 개인적인 사담도 나눈 적이 있다”고 공개했다.
명진 스님은 현재 봉은사를 떠나 경기도 모 선원 등을 다니고 있으며 일요법회에 맞춰 귀경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안 원내대표의 발언을 명진 스님에게 전달한 인물로 거론된 김씨가 “명진 스님의 이야기는 100% 사실”이라고 밝혔다고 ‘불교포커스’가 이날 보도했다. 봉은사 측은 김씨가 23일 오후 2시 봉은사에서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씨는 전 조계종 총무원장 종책특보를 지냈으며 지난해 11월 조계종 집행부 교체 이후 한국불교문화사업단 대외협력위원으로 활동해왔다.
라동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