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진 스님 누군지 몰라” VS “날 모른다는 건 거짓말”

입력 2010-03-22 18:00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의 ‘봉은사 직영사찰화 외압설’과 관련해 진실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안 원내대표와 처음 의혹을 제기한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의 주장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안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며, 정치쟁점화를 시도하고 있다. 2008년 집권 첫해 종교 편향 논란에 시달렸던 여권도 봉은사 사태의 전개 추이를 긴장어린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물론 조계종 총무원 측이 명진 스님의 주장을 일축하면서 안 원내대표와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어 여권과 불교계의 대립으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봉은사 직영사찰화로 인해 자신의 입지가 축소될 것을 우려한 명진 스님의 개인적인 반발이라는 것이 총무원 측의 시각이다. 하지만 정권에 비판적인 불교계 인사에 대해 여권이 압력을 행사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어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22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11월 13일 자승 총무원장과 조찬을 하는 자리에서 템플스테이 예산 증액과 불교계 사업에 대한 협조 요청을 들었을 뿐”이라며 ‘봉은사 직영사찰화 외압설’을 일축했다. 명진 스님이 전날 “안 원내대표가 자승 총무원장에게 ‘현 정권에 저렇게 비판적인 강남의 부자 절 주지를 그냥 놔둬서 되겠느냐’라고 한 얘기를 전해 들었다”고 주장한 것을 전면 부인한 것이다.

안 원내대표는 “명진 스님이 누구인지 알지 못한다”고 재차 강조하고 “10년 전 석가탄신일에 여러 스님을 모신 행사에서 만났다고 하는 데 내가 어떻게 법명을 기억하며, 어떻게 그 일을 기억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명진 스님을 모른다는 말이) 오해를 사든 말든, 그 분을 잘 모르는 것은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안 원내대표는 또 “(지난해 11월 조찬) 당시 문제가 있었다면, 바로 이야기를 하지 왜 이제 와서 그런 이야기를 하는 지 정말 이해가 안 된다”며 “이 문제는 조계종 내부 문제인 만큼, 더 이상 언급하지 않고 일절 대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도 전날에 이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안 원내대표는 물론 당 차원에서도 섣부르게 대응했다가 사태가 더 커질 경우 지방선거의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당시 조찬 회동에 참석했던 고흥길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도 “(안 원내대표와 자승 총무원장) 두 사람이 조찬에서 대화를 나눴지만, 분위기가 그런 (직영사찰에 관한) 이야기를 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인했다. 특히 “조계종 내부 문제인데 그걸 정치권이 압력을 가해서 바꿨다는 게 말이 안 된다”며 “봉은사를 직영사찰로 바꾸더라도 명진 스님의 임기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덧붙였다.

조계종도 공식 성명을 내고 “봉은사 직영사찰 지정 승인은 중앙종회의 합법적 절차에 의해 이뤄졌다”며 “명진 스님의 정치권 압력설은 검토하거나 대응할 일고의 가치가 없다”고 밝혔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