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설득의 리더십, 美 100년 꿈 실현했다
입력 2010-03-22 18:08
미국의 건강보험개혁안이 마침내 연방 하원을 통과했다. 하원은 네 차례 투표를 거쳐 건보개혁법을 찬성 219, 반대 212로 가결했다.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이 1912년 대선 때 공약한 전국민의료보험 꿈이 100년 만에 현실이 된 순간이었다. 새 건보정책이 시행되면 보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3200만명이 혜택을 누리게 된다.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미국 인구의 10%가 지금까지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고 생활했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하다.
건보개혁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최우선 국정 과제다. 그러나 반대는 예상 외로 거셌다. 공화당을 중심으로 한 반대론자들은 앞으로 10년간 9400억 달러(약 1000조원)가 투입되는 건보개혁안을 ‘사회주의적 포퓰리즘’이라며 맹공을 퍼부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반대 여론이 높게 나왔다. 국론은 진보와 보수로 양분됐고, 이러다 물거품이 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확산됐다.
그 순간 오바마의 리더십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오바마는 피하지 않았다. 참모들에게 미루지도 않았다. 본인이 직접 반대파를 맨투맨식으로 접촉, 설득하는 정공법을 택했다. 공화당 지도부와 7시간 넘는 끝장토론을 마다하지 않았고, 자신에게 적대적인 극우 성향의 폭스 뉴스에 출연해 보수층을 설득했다. 또 기회 있을 때마다 타운미팅 등을 통해 건보개혁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외교적 결례를 감수하면서까지 예정됐던 해외 순방도 두 차례나 연기했다.
결과적으로 표결에 참여한 178명 의원 전원이 반대한 공화당엔 설득이 먹히지 않았지만 민주당에는 주효했다. 민주당에도 건보개혁에 반대하는 의원들이 꽤 있다, 오바마는 이들을 백악관 집무실이나 에어포스 원(미 대통령 전용기)으로 초청해 공을 들였다. 이런 노력 덕분에 건보개혁에 반대했던 의원들이 줄줄이 찬성으로 돌아섰다. 오바마의 진정성을 안 것이다. 이렇게 해서 사회보장제 시행, 메디케어 도입, 인종차별을 금지한 민권관련 입법에 비견되는 것으로 평가받는 건보개혁이 완성될 수 있었다. 원동력은 ‘설득의 리더십’이다. 세종시 건설과 4대강 문제로 진퇴양난에 빠진 우리 위정자들이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