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與圈 실세들 입이 이래 가벼워서야
입력 2010-03-22 18:08
여권 인사들의 설화(舌禍)가 줄을 잇고 있다. 당사자들은 발언이 왜곡됐다고 해명했지만 오해를 살 만한 소지는 크다. 특히 이념갈등과 지역갈등을 부추기는 민감한 것들이 대부분이어서 정치·사회적인 분란이 가중되고 있다. 세종시와 4대강 사업이 반대 여론에 휘청거리고, 6·2 지방선거가 다가오는 마당에 여권 인사들의 가벼운 입 때문에 국정 운영이 점점 어려워지는 형국이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조계종 총무원의 봉은사 직영사찰 전환에 압력을 넣었다느니, 사실무근이라느니 하는 진실게임에 휩싸였다. 본인은 황당하다고 말했지만, 좌파 성향인 봉은사 주지 스님의 권한을 약화시키려 안 원내대표가 직영 전환을 요구했다는 주장까지 나와 이념 문제로 비화되는 양상이다. 불과 얼마 전 성폭행 살해범들과 좌편향 교육 사이에 연관관계가 있는 양 발언했다가 논란을 빚었던 안 원내대표의 두 번째 설화다.
‘큰 집’이 MBC 사장의 쪼인트를 까면서 인사한 결과 MBC 내의 좌파 70∼80%를 정리했다는 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의 인터뷰 내용도 기억에 생생하다. 여권이 MBC 사장을 움직여 좌파 직원들을 솎아냈다는 이야기를 여권에 속하는 방문진 이사장이라는 사람이 자랑삼아 얘기했다니 상식 이하다. 해당 지방언론사의 정정보도문 게재로 일단락돼 가고 있으나 청와대 홍보수석의 TK(대구·경북) 관련 발언 소동과 여권 고위 인사의 ‘현모양처’ 발언 해프닝도 신중을 잃은 사례들이다.
민주당은 MBC 논란에 대해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봉은사 문제에 대해서도 국정조사를 검토 중이다. 여권 스스로 야당에 공격의 빌미를 제공한 결과다.
입은 화의 근원(口禍之門)이라 했다. 여권 인사들이 명심해야 할 경구(警句)다. 말을 가려 하지 않는 것이 국민을 우습게 본다는 의미로 해석되면서 민심을 싸늘하게 만드는 작용을 하기도 한다. 정치가 편안하지 않은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더욱 말을 조심해야 한다. 편안할 때조차 위태로울 때를 생각하라 하지 않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