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상 단체전 선전 스키선 참패… 한국 선수단 성과와 과제
입력 2010-03-22 21:47
한국이 2010 밴쿠버 동계 장애인올림픽(패럴림픽)에서 받아든 성적표는 ‘단체종목 선전, 개인종목 참패’로 요약된다. 빙상(氷上)종목 선전, 설상(雪上)종목 참패로 표현해도 마찬가지다.
◇스키 종목 대변신 예고=대한장애인체육회는 대회 전 이번 패럴림픽 목표를 동메달 1개 이상, 종합순위 22위 이상을 내걸었다. 겉으로 드러내진 않았지만 초과 달성 가능성이 높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알파인스키의 한상민과 노르딕스키의 임학수에게 큰 기대를 걸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키에선 내심 기대했던 복수의 메달은커녕 단 하나의 메달도 얻지 못했다. 한상민은 주 종목인 대회전에서 넘어졌고, 임학수도 주 종목인 남자 10㎞ 클래식에서 6위에 그쳤다. 불운한 탓도 있고, 예상하지 못했던 선수의 대회 참가 등 변수가 있었다 해도 노메달의 핑계가 되기는 부족하다.
대한장애인스키협회 수석부회장이기도 한 김우성(67) 선수단장은 “귀국 후 설상 종목에 대한 평가회를 열어 개선점을 찾을 것”이라며 “코치진의 지도력, 선수의 훈련방식, 선수 개개인의 능력 등을 조목조목 따져보고 선진국의 기술을 바탕으로 훈련을 다시 시키겠다”고 말했다.
◇빙상 종목 지원 시급=대회 전까지만 해도 휠체어컬링과 아이스슬레지하키 선수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올림픽 출전권을 얻은 것만도 대단하다’였다. 하지만 은메달을 따낸 휠체어컬링 선수들은 물론 아이스슬레지하키 선수들의 생각은 달랐다. 어느 팀과도 해볼 만하고 메달에도 충분히 도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쳤다.
결국 휠체어컬링은 이번 대회 유일한 메달을 선사하며 선수단 목표 달성의 일등 공신이 됐다. 아이스슬레지하키도 기대 만큼의 성적을 거두진 못했지만 올림픽 첫 출전에서 승리의 기쁨을 맛보며 6위에 올라 제몫을 했다. 실업팀 하나 없는 휠체어컬링이나 실업팀이 하나 밖에 없어 같은 팀끼리 옷을 바꿔입고 연습경기하는 아이스슬레지하키에 대한 체계적인 투자가 이뤄진다면 세계 정상권을 노릴 수 있다는 평가다.
◇선수 저변 확대가 기본=휠체어컬링팀 주장 김학성은 “캐나다에 일찍 도착해 현지 적응훈련 차원에서 일흔 넘은 어르신들과 연습게임을 했는데도 실력이 대단했다”며 “지지는 않았지만 자신있게 이긴다고 말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게임이 팽팽했다”고 털어놨다. 캐나다 일반 주민들의 휠체어컬링 실력이 패럴림픽 은메달을 따낸 한국 선수들 못지 않다는 얘기다.
한국의 장애인스포츠가 꾸준히 발전하려면 저변 확대가 기본이다. 그래야 선수 수급과 인프라 지원 등을 통해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시설과 여건 외에 인식 개선도 시급하다. 거리로, 체육관으로 나서는 장애인이 늘어나야 장애인스포츠가 발전할 수 있다.
밴쿠버=정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