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태수의 영혼의 약국(49)
입력 2010-03-22 10:49
LOVE & FREE
책 한 권이 내 손에 들려졌습니다. '자기를 찾아 떠나는 젊음의 세계방랑기'라는 작은 제목이 매달려 있습니다. 본래 제목은 'LOVE & FREE'입니다. 일본의 25세 된 여자 청년이 결혼식을 마치고 남편과 함께 1년8개월 동안 발길 닿는 대로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한 눈과 가슴의 흔적입니다. 그녀는 여행을 떠나기 전에 ‘마음 닿는 대로 돌아다니다가 돈 떨어지면 돌아오자’는 것만 결정했다고 합니다.
그녀의 이력은 이렇습니다. 일본의 명문 대학에 입학했지만 학업에 흥미를 느끼지 못해서 중퇴했습니다. 갓 스무 살에 온갖 빚을 끌어들여 아메리칸 바를 개업했습니다. 제법 장사가 되자 이번에는 자서전을 쓰려고 출판사를 차립니다. 그리고 ‘라이징’이라는 록 그룹을 만들어 일본 열도를 돌아다니며 공연을 합니다. 지금 그녀는 오키나와 섬에 살면서, 그곳을 세계 제일의 파라다이스로 만들겠다는, 언제 실현될지 모르는 프로젝트에 푹 빠져 있답니다.
괴짜 시인이며 가수이고 사업가인, 보통 젊은이들과는 많이 다른 다카하시 아유무라는 아가씨 이야기를 왜 하는 걸까요? 엊그제 강원대학교엘 갈 일이 있었습니다. 싱싱하고 멋진 청년들이 많았습니다. 저렇게 대학을 나와서도 취업하기 어렵다는데 차라리 다카하시 아유무처럼 살면 어떨까들 생각이 드는 것이었습니다.
LOVE&FREE! 어쩌면 이 삶의 명제는 그리스도의 그것이었고, 또한 그리스도가 우리에게 요청하는 것의 전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어쩌자고 타인의 법칙에 묶여 '돼지'로 살기를 자청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자신의 법칙을 가져보지도 못하고 '소비되는 돼지'가 되는 거 아닙니까? 어느 쪽이건, 나는 돼지가 싫다는 강렬한 부정의 긍정이 결여된 세상에 우리 삶, 교회, 신앙이 있는 건 분명합니다.
이 젊은 아가씨는 이렇게 중얼거립니다.
“많이 먹을 필요는 없어 생선 한 마리라도 뼈까지 맛보면 그 때 진짜 ‘맛’을 알게 되니까.
많이 읽을 필요는 없어 한 권의 책이라도 책장이 뚫어질 때까지 읽으면
그 때 진짜 ‘즐거움’을 얻을 수 있으니까.
많이 사랑할 필요도 없어 한 사람이라도 마음 구석구석 사랑해보면
그 때 참 사랑을 알 수 있고, 사랑에 배고프지 않게 되니까!"
<춘천 성암감리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