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귀언 여순순국선열기념재단 상임이사 “일제의 안중근 의사 재판은 원인무효”
입력 2010-03-21 19:26
“안중근 의사에 대한 일제의 재판은 일제가 법정신을 무시하고 정치논리로 진행한 것으로 당연히 원인무효입니다. 재판 과정을 조명하는 학술대회가 재판의 부당성을 알리고, 안 의사 의거의 참뜻을 되새기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박귀언(56·사진) 여순순국선열기념재단(이사장 홍일식) 상임이사는 21일 “안 의사에 대한 공판은 일본 제국주의의 죄상을 세계 만방에 고발한 자리였다”며 이렇게 말했다.
재단은 안중근(1879∼1910) 의사 순국 100주년(26일)을 맞아 24일 오후 서울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안 의사의 법정 투쟁을 중심으로 하는 국제 학술회의를 연다.
학술대회에는 린지안(林堅) 중국 인민대 교수와 두원총(杜文忠) 중국 서남민족대 교수, 사사가와 노리가쓰 일본 메이지대 교수, 박정원 국민대 교수 등이 발제자로 나서서 중국 뤼순(旅順)의 일본 관동도독부 지방법원에서 진행된 재판이 사법관할상이나 심리 과정상 합법적이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할 예정이다.
박 상임이사는 “안 의사에 대한 기존의 학술대회는 안 의사의 업적이나 사상을 조명하는 데 주안점을 뒀지만 이번 학술대회는 법학자들이 안 의사 재판의 법적 측면을 조명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중·일 3국의 법학자들이 일본 제국주의의 도구로 전락한 당시 법정의 실상을 밝힘으로써 안 의사에 대한 사형은 불법이며, 안 의사는 무죄라는 것을 입증할 것입니다.”
박 이사는 일제가 정치적 논리로 서둘러 공판을 진행해 안 의사에게 사형을 선고했지만 재판은 안 의사가 의거의 참뜻을 만천하에 알린 기회였다고 강조했다.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공판에서 안 의사는 일제의 만행을 규탄하고, 대한제국의 억울한 사정을 세계에 호소했으며 우리의 자주독립 의지를 확고하게 알렸죠. 일제에 대한 독립의 시작이 이토 히로부미 저격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습니다.”
실제 당시 영국 ‘더 그래픽’지에 2개 면으로 공판 기사가 실렸는데 찰스 머리모 기자는 마지막 논평에서 “세계적인 재판의 승리자는 안중근이다”라고 썼다고 박 이사는 덧붙였다.
그는 “이번 학술대회는 일제가 정치논리로 재판을 이용한 정황 등을 확인하는 자리이면서 동양 평화를 염원한 안 의사의 숭고한 사상을 느낄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단은 학술대회에 앞서 오전에는 안 의사의 법정 공방을 그린 연극 ‘대한국인 안중근’(극본 김의경, 연출 표재순)을 공연할 예정이다.
라동철 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