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변두균] 지진 대비 댐 안전에 더 신경 써야

입력 2010-03-21 19:26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의 취임식이 열린 지난 11일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는 규모 7.2의 강진이 발생해 행사 참석자들과 시민들이 황급히 대피하는 모습이 TV에 생생하게 방영됐다.

최근 세계 곳곳에서 지진 발생이 빈번해지는 가운데 아이티 칠레 일본 터키 등 해외뿐 아니라 비교적 지진으로부터 안전지대라고 여겨져 왔던 우리나라에서도 올해 초 시흥, 울산 등에 규모 3.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해 국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사실 지진은 현대 과학으로는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하다. 게다가 한번 발생하면 소중한 인명을 빼앗아갈 뿐만 아니라 사회 기반시설을 순식간에 파괴함으로써 살아남은 사람들의 삶의 질조차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가공할 만한 파괴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지진의 파괴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칠레와 아이티 두 나라의 대조적인 지진피해 상황에서 보듯 시설물의 안전하고 견고한 내진설계가 최선의 방법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댐은 지진에 대해 안전한가. 만약 지진에 의해 댐이 한꺼번에 붕괴된다면 그 피해는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댐 붕괴시 발생하는 홍수파는 글자 그대로 육지에서 발생한 쓰나미가 될 것이며, 지역적으로 지진과는 무관할 수도 있는 수백㎞ 하류까지 피해가 확산될 수 있다. 이로 인한 직접적인 인명과 재산피해는 물론이고 물 공급이 중단돼 수백만명이 상상 이상의 고통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가공할 피해를 상상할 수 있지만 다행히도 지진에 의해 댐이 완전히 붕괴된 사례는 거의 없다.

우리나라는 1993년 댐 설계 내진 기준을 마련했고, 95년 일본 고베지진 발생을 계기로 2001년부터는 규모 6.0∼6.3에도 안전하도록 더욱 강화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또한 기존에 이미 건설된 다목적댐을 비롯한 대형댐에 대해서도 지진에 대한 안전성 성능평가를 실시한 결과, 모든 댐이 강화된 내진기준으로도 안전한 것으로 판정됐다. 댐 설계시 적용된 지진 규모는 6.0 정도이지만, 성능평가 결과 이보다 큰 규모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우리보다 지진이 잦고 규모가 큰 일본도 규모 6.0∼6.4를 내진설계 기준으로 하고 있는데, 2008년 이와테현과 미야기현에서 규모 7.2의 강진 이후 이 지역 134개 댐의 점검결과 특별한 손상이 없었던 것이 그 증거라 하겠다.

현재 다목적댐을 비롯한 대형댐에는 지진 발생시 지진응답 반응계측과 안전 평가를 위해 지진계를 설치, 365일 24시간 실시간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또한 지진감시시스템을 통해 미세한 규모의 지진까지도 규모와 피해 여부를 판단해 최단시간 내에 대처가 가능하도록 대응체계를 갖추고 있다.

지진을 비롯한 자연재해는 기후변화와 함께 앞으로 더 심각해질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불필요한 걱정과 근심으로 공포에 휩싸여서도 안 되겠지만,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를 예방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국민 모두가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빈틈없는 준비를 위해 노력해야 할 때다.

변두균 K-water 수자원사업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