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복규 교수 “제2 황우석 사건 일어나지 않으려면 교계가 생명윤리 가이드라인 만들자”
입력 2010-03-21 19:35
“기독교인들이 생명윤리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본다면 다시는 황우석 교수 사건과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한국 기독교 생명윤리 선언’을 위한 준비 작업으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주최하는 ‘기독교 신앙과 생명윤리 세미나’ 첫 시간이 지난 18일 서울 연지동 기독교회관에서 열렸다. 발제자인 이화여대 생명의료법연구소 권복규 교수는 2005년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황우석 전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 논문 조작 사건을 놓고 생명윤리의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권 교수는 당시 온 나라가 혼란을 겪은 데 대해 “생명윤리에 대한 논의가 유독 한국에서만 소홀했던 것이 주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에서는 2000년대 중반까지 ‘생명윤리 전문가’가 거의 없었을 정도라는 것. 이어 그는 2004년 초 황 교수의 배아줄기세포 연구 성과가 알려지자 정부와 언론이 확인되지 않은 산업적 가치를 유포하면서 황 교수를 국민적 영웅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만일 당시 종교계가 생명 복제 연구에 대한 윤리적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위해 활발하게 논의하고, 연구자들이 이를 지키며 투명하게 연구하는지를 관심 있게 살폈다면 황 교수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생명윤리에 대한 인식은 배아줄기세포 문제뿐 아니라 성체줄기세포 연구, 유전자 검사, 장기 및 조직 기증, 연명치료 중단, 이종이식, 나노 연구 등에 모두 필요하다”면서 기독교계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줄 것을 주문했다.
논평자로 참석한 성공회대 김기석 교수는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난치병 환자에게 희망이 될 수 있다는 긍정적 측면과 인간 배아를 훼손하고 난자 확보를 위해 여성 건강에 피해를 준다는 부정적 측면이 다 있어 윤리적 판단이 매우 어렵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어떤 연구도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기본 전제조건은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세미나는 오는 6월까지 유전자 연구, 낙태, 연명치료 중단, 이종이식 등 주제로 진행되며 NCCK는 이후 전문가와 기독교계의 의견을 수렴해 생명윤리선언문을 작성할 예정이다.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