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성범죄 판결 분석] 10건중 4건, 피해자 집서 버젓이… 11세 여아 ‘최다’
입력 2010-03-21 23:22
(3) 판결문 통해 본 범죄 실태
13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는 주로 어디서, 어떻게 일어나는 것일까. 본보는 지난해 7월부터 지난달 중순까지 1심 선고가 이뤄진 13세 미만 아동 대상 성범죄자 152명의 판결문에 기재된 개별 범행 538건을 유형별로 분석했다.
분석 결과 아동 대상 성범죄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장소는 피해자의 집, 범인의 집 또는 차량, 피해자 집 주변 순으로 집계됐다. 성범죄 피해 아동의 연령으로는 11세가 가장 많았다. 특히 538건 중 재판부가 우발적 범행이라고 인정한 사건은 6.9%(37건)에 불과했다. 아동 대상 성범죄는 집 가까운 곳에서 의도적으로 일어난다는 사실이 판결문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된 것이다.
◇아동 대상 성범죄 발생 10건 중 4건은 피해자 집=전체 538건 중 37.9%(204건)는 피해자의 집에서 일어났다. 범행이 범죄자의 집 또는 차량에서 일어난 경우는 전체 538건의 15.2%(82건)로 집계됐다. 이 중 28건은 집 밖 골목길 등에서 놀고 있는 아이를 돈이나 음식물로 꾀어 데려갔고, 집으로 놀러온 자녀(손자녀 포함)의 친구를 상대로 범행을 저지른 사례도 25건이 있었다. 사제관계를 이용해 범죄자의 집으로 아동을 데려간 경우도 19건이나 있었다.
◇공공장소도 안심 못해=골목길과 놀이터 엘리베이터 등 집 주변에서 일어난 사건은 모두 70건으로 분석 대상 범행의 13.0%를 차지했다. 골목길(21건), 놀이터·공원(20건), 승강기·현관·계단(17건) 역시 성범죄의 취약지역인 것이다. 특별히 아동을 보호해야 할 교육 현장과 집 주변에서도 상당수의 범행이 일어나고 있다. 운동장(17건), 교실(6건) 등 학교에서도 34건(6.3%)이 저질러졌고, 학원·체육관 등 사교육 현장에서 벌어진 범행도 10건이었다. 공공시설 역시 성범죄로부터의 안전지대가 아니다. 가게, 찜질방, 식당 등 다수가 이용하는 장소나 버스정류장, 공공화장실 등 공공시설에서의 범행도 46건(8.6%)이나 발생했다. 사회복지시설 2곳에선 원장, 사회복지사가 13세 미만의 원생 55명을 상대로 성폭력을 일삼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11세 여아 피해 가장 많아=피해 아동 538명(연인원)을 연령별로 보면, 11세가 28.8%(155명)로 가장 많았다. 12세가 17.8%(96명)로 뒤를 이었다. 10세 이하에선 나이가 많을수록 피해자 수도 많았다. 부산지법은 친구 집에서 함께 술을 마시다 지인이 잠든 새 그 손녀를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에게 지난해 11월 징역 1년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김씨가 추행한 아동은 2세에 불과했다. 성범죄자들에겐 2∼3세 유아도 성범죄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피해자 목록엔 남자 아이도 8명 포함돼 있어 아들 가진 부모 역시 성범죄 걱정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보여줬다.
한편 법원은 13세 미만 아동 대상 성범죄자에 대한 신상정보 공개명령을 소홀히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52건의 판결문 가운데 16건(10.5%)에서 공개명령이 누락돼 있었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38조는 “13세 미만의 아동·청소년에 대해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자에 대해서는 판결과 동시에 공개명령을 선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