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서울 지하철 2호선 역사 ‘안내정보시스템’ 설치 헐값 계약 정황 포착

입력 2010-03-21 20:00

감사원이 서울메트로의 지하철 2호선 역사 안내정보 시스템 설치 사업과 관련, 비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감사를 벌이고 있다.



감사원 고위 관계자는 21일 “서울메트로의 안내정보 시스템 헐값 계약 과정에서 비리 정황이 포착돼 지난 1월부터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아직 결과는 나오지 않았으나 비리 사실이 드러날 경우 관계 당국에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하철 역사 안내정보 시스템은 승객들의 편의를 위해 지하철역 승강장에 설치된 전광판으로 ‘열차가 전역을 출발하였습니다’라는 안내문이 뜨는 장치를 말한다.

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는 2008년 3월 지하철 2호선 역사 안내정보 시스템 입찰 공고를 냈다. 계약 기간은 15년(설치 기간 12개월 별도)이었고, 2단계 경쟁입찰 방식이었다. 민간 업체는 공사 비용을 부담해 설치하고, 계약 기간 동안 광고를 유치해 투자비와 이익금을 회수하는 사업으로 진행됐다.

낙찰 예정 가격은 400억원대였고 관련 업체인 A와 B사가 참여했다. 그러나 가격이 맞지 않아 2008년 6월 최종 유찰 결정이 내려졌다. 서울메트로는 유찰 9개월여 후인 2009년 3월 2차 입찰 공고를 냈다. 계약 기간도 설치 기간을 포함, 16년으로 사실상 동일했다.

그러나 입찰 방식이 경쟁 입찰이 아닌 ‘협상에 의한 계약’ 방식으로 바뀌었고 낙찰 예정 가격이 250억원대로 크게 낮아졌다. 이 과정에서 경쟁 입찰에 참여했던 A와 B사가 연합해 계약을 따낸 것으로 알려졌다. 2차 입찰에는 역사 안내정보 시스템 외에 ‘전동차 내 실시간 전송 시스템 구축’ 계약이 추가됐다.

감사원은 낙찰 가격이 크게 낮아진 부분에 대해 집중 감사를 벌이고 있다. 또 계약 방식이 협상으로 바뀐 점, 1차 입찰 당시 경쟁 회사가 컨소시엄 형태로 계약을 따낸 부분도 감사 대상이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처음에는 낙찰예정 가격을 490억원까지 예상하기도 했는데 절반 가까이 낮아졌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또 서울메트로가 2차 입찰 공고를 내는 과정에서 전동차 내 계약 건을 포함시켜 새로운 사업처럼 보이려 한 것이 아니냐는 대목도 감사 중이다.

서울메트로 측은 “전동차 내부까지 사업 범위를 확대하다 보니 업체의 투자 금액이 크게 늘어 계약 금액이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면서 “전동차 내부에 안내정보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신기술이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경쟁 입찰이 아닌 협상을 통해 계약을 체결했다”고 해명했다.

하윤해 이도경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