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컬링 ‘無에서 銀’ 쾌거… 무관심· 열악한 환경 극복 개가
입력 2010-03-21 23:16
아무도 그들을 주목하지 않았다. 그들은 분명 국가대표였으나 훈련할 수 있는 전용 연습장을 빌릴 수가 없었다. 그들의 훈련은 수영장을 비워놓고 억지로 만든 링크에서 이뤄졌다.
그들이 시작했을 때는 제대로 된 장비도, 체계적으로 가르쳐줄 지도자도, 곁에서 박수쳐줄 팬도 없었다. 선물받은 큐로, 그것마저 없을 땐 손으로 경기를 했다. 열 살 어린 비장애인 후배에게 매달리다시피 기초를 배웠다. 그렇게 7년여를 달려와 마침내 전 세계인의 박수를 받는 위치에 올랐다. 시작은 미약했지만 그들이 이뤄낸 것은 상상 이상이었다.
휠체어컬링 국가대표팀이 2010 밴쿠버 동계 장애인올림픽(패럴림픽)에서 한국에 첫 메달을 안겼다. 대표팀은 21일(이하 한국시간) 밴쿠버 패럴림픽 센터에서 열린 휠체어컬링 결승전에서 홈팀 캐나다와 치열한 격전 끝에 7대 8로 분패, 은메달을 획득했다.
한국 동계 패럴림픽 사상 두 번째 메달이자 사상 첫 단체전 메달이다. 한국은 2002년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패럴림픽에서 한상민(31·하이원)이 알파인 좌식스키 대회전에서 은메달을 딴 이후 동계 패럴림픽에서 메달이 전혀 없었다.
이번 대회 기간 동안 메달을 따지 못해 종합순위에 이름을 올려놓지 못했던 한국은 이날 은메달 하나를 따내면서 핀란드와 함께 단번에 공동 17위로 뛰어올랐다. 독일이 금메달 12개, 은메달 5개, 동메달 6개로 1위를 지켰고 러시아가 금메달 11개, 은메달 12개, 동메달 7개로 그 뒤를 이었다.
휠체어컬링은 당초 한국 선수단이 메달을 기대하지 않았던 종목이다. 김우성 선수단장조차 메달 획득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주로 설상 종목에서 기대를 했지만 빙상 종목에서 이런 영광이 있을 줄은 몰랐다”고 털어놓을 정도였다.
하지만 휠체어컬링 선수들은 만나는 사람마다 “우리는 세계 랭킹 4위다. 우리 목표는 이번 대회 금메달이다”라고 외치고 다녔다. 그들의 말은 그대로 현실이 됐다.
밴쿠버 동계 패럴림픽은 22일 열흘간의 일정을 모두 마치고 폐막한다. 폐막에 앞서 한국팀은 임학수와 서보라미가 남녀 크로스컨트리스키 1㎞ 종목에 각각 출전, 마지막 메달에 도전한다.
밴쿠버=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