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나진항 개방, 선군정치 위한 다목적 카드”
입력 2010-03-21 23:18
북한이 최근 독자적으로 중국, 러시아와 나진항 개발에 대한 협력을 강화하는 등 개혁·개방을 추구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추세와 정세로 볼 때 이는 회의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중국의 북한 문제 전문가 장롄구이 공산당 중앙당교 교수는 중국 잡지 재경(財經) 최신호에 기고한 글에서 이 같은 북한의 행보는 나진항의 전략적 가치를 높이고, 중국의 바닷길을 자국 통제 아래 있는 나진항으로 제한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국무원은 지난해 11월 17일 두만강 개발 프로젝트인 창지투(長吉圖) 개방 선도구 사업을 국가 전략 사업으로 승격시켰고, 같은 달 말 북한은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에엔개발계획(UNDP) 사업 탈퇴를 선언했다는 점을 장 교수는 주목했다. 이달 개최된 중국 양회(兩會) 기간에 북한이 나진항 제1호 부두에 대한 10년간 사용권을 이미 중국 기업에 제공했고, 추가로 10년 연장하는 걸 추진한다는 사실이 중국 지린성 당국자의 입을 통해 확인됐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북한이 기대하는 1석4조 효과를 예시했다. 두만강을 통한 중국의 바다 진출 지연, 중국의 투자로 나진 항만과 교통망 확충 가능, 거액의 임대료 수입, 중국의 유일한 동해 해상통로 자국 통제 가능 등이다.
장 교수는 나진항 개방과 국가개발은행 출범, 투자유치 등 최근 북한의 새로운 움직임엔 중국식 개혁·개방 의지가 결코 담겨 있지 않다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에 대한) 제재를 무력화해 국방위원회가 필요한 자금을 확보함으로써 핵 개발과 미사일 개발을 포함한 선군정치를 추진하려는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중국 동북3성 중 지린(吉林) 헤이룽장(黑龍江)성은 자원이 풍부하고 발전 가능성은 크다. 하지만 러시아와 북한 때문에 바닷길이 막혀 있어 중국이 두만강 개발을 통해 바닷길을 여는 데 적극적일 수밖에 없었고, 북한이 나진항을 지렛대로 삼았다는 해석이다.
베이징=오종석 특파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