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보금자리론 대출자들 ‘속앓이’
입력 2010-03-21 23:26
금리가 내려가면 이자 부담이 줄어들어 기업은 물론 가정경제에도 큰 활력소가 된다.
시중 실세 금리를 반영키 위한 상품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연동 대출상품이 지난달 첫 출시되는 등 시중자금 하락 추세 속에 올해 들어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0.5% 포인트 하락했다.
그러나 직장인 김모(38)씨는 오히려 속이 탄다. 내 집을 마련하기 위해 받은 대출이자는 전혀 낮아지지 않기 때문이다. 김씨는 2008년 9월 양도성예금증서(CD) 연동형 대출을 받는 대신 안정적인 고정금리 상품인 주택금융공사의 보금자리론을 통해 1억원을 빌렸다. 당시는 시중금리가 상승하는 추세였다. 15년 만기 연 7.1% 조건으로 월 71만6771원의 원리금을 꼬박꼬박 납부하고 있다.
◇2008년 대출자, 이달 신규 대출자보다 2000만원의 이자를 더 내야=김씨가 대출을 받은 뒤 CD 금리가 급등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김씨의 선택은 옳은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시중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공사가 보금자리론 금리를 1.5% 포인트 내리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현 시점에서 김씨와 동일한 조건으로 공사 보금자리론을 이용하면 월 상환액은 63만8000원이다. 김씨의 월 상환액보다 7만8711원이 적다. 바꿔 말하면 김씨는 앞으로 160개월 동안 다른 사람들보다 1260만원의 이자를 더 내야 한다는 뜻이다.
21일 공사와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금리 인하와 코픽스 연동 대출상품이 등장하면서 올 들어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5%대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연 7% 안팎의 고금리를 부담하는 서민들이 10만여명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9월 발발한 금융위기를 전후해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들이다.
공사 보금자리론을 통해 대출받은 사람 10명 중 9명은 현재 금리 수준보다 높은 이자를 물고 있다. 보금자리론은 고정금리이기 때문에 시중금리 변동과는 상관없이 만기 상환 때까지 계약 당시의 금리가 유지되기 때문이다. 특히 2008년 보금자리론 대출자 2만3800여명은 15년 만기 기준으로 연 7.1∼7.7%의 금리를 부담, 신규 대출자보다 연 최고 1.7% 포인트 더 높은 이자를 내고 있다. 남은 상환 기간을 감안하면 지금 빌리는 사람보다 이자 부담이 2000만원 정도 더 많은 셈이다.
◇갈아타기로 이자 부담 줄여야=재테크 전문가들은 현재 연 6.5% 이상 고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쓰고 있다면 당장 갈아타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한다. 중도상환수수료를 물더라도 보다 금리가 싼 대출상품으로 옮기는 게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A은행 재테크 담당자는 “6개월마다 금리가 조정되는 코픽스 연동 상품이 고정형인 보금자리론보다 금리가 0.1% 포인트 정도 더 낮다”고 말했다.
보금자리론을 고집한다면 오는 6월까지 기다리는 것도 이자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공사는 오는 6월 현재 보금자리론보다 0.2% 포인트 정도 금리를 낮춘 신상품을 판매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공사 관계자는 “중도상환수수료와 대출금액에 따라 0.6∼0.7% 포인트 정도 붙는 설정비용을 감안, 과거 고금리 대출을 받은 사람들이 손쉽게 대출 갈아타기를 할 수 있도록 적극 상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일송 기자 il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