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하면 망한다” 농식품부 창조적 끝장토론

입력 2010-03-21 18:17

“1940년대 일본인들이 우리나라에 적용했던 법규 그대로다. 농식품부 수산정책과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전남 완도 어민)

“수출을 하고 있는 곳에 공무원들이 한번도 나오지 않는 탁상행정을 하고 있으니….”(전남 순천 농민)

21일 경기도 수원 농업연수원 대강당. 무대에 걸린 대형스크린을 통해 상영되는 농어민들의 불만 동영상을 지켜보는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이 동영상은 장태평 장관 지시로 농식품부가 전국 13개 지역 농어민 16명을 직접 인터뷰한 것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정책 수요자의 시각에서 우리 부처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파헤쳐보자는 취지에서 제작된 동영상”이라며 “따로 농어업인 10명을 초청해 당국자들이 직접 고객의 목소리를 듣는 시간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농식품부 과장급 이상 간부에서 주무관까지 핵심 인력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1박2일 일정으로 열린 워크숍 주제는 ‘창조적 파괴’였다. 정부와 정책에 대한 불만을 가감 없이 듣고, 기존 정책적 사고의 틀을 완전히 바꿔보자는 자리였다.

농식품부 고위 관계자는 “이대로 가면 농식품부는 물론 농업도 망한다는 위기의식에서 출발했다”며 “고령화로 인한 농어업 종사자의 감소와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국내 농어업도 중대한 변곡점을 맞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장 장관도 이날 최근 농협중앙회 임원 29명에게 선물한 책인 ‘아일랜드 명문 오닐가, 1500년 지속성장의 비밀’을 거론하며 위기의식을 강조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 출범 3년째를 맡아 자칫 흐트러진 마음을 다잡고,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취지에서 이번 워크숍을 개최하게 됐다”며 “1500년간 지속된 오닐가의 번영이 자신의 손을 자르는 빠른 결단과 자기희생이 밑받침됐듯이 농식품부도 그러한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워크숍은 장 장관이 직접 주재하는 ‘변해야 살아남는다’는 내용의 끝장토론을 거쳐 22일 정오까지 진행된다.

수원=정동권 기자 danch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