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초읽기 들어간 北 급변에 대비하려면
입력 2010-03-21 18:16
북한 급변사태가 점점 현실성을 띠고 있다. 지난달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는 “의학적 정보를 종합할 때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여명(餘命)은 3년 정도”라고 예측했다. 화폐개혁 실패 책임을 물어 박남기 노동당 계획재정부장이 총살에 처해진 것으로 보도됐다. 영국 주재 북한 대사는 화폐개혁 실패를 인정하고 일부 관리의 부정부패에 책임을 돌렸다. 모두 북한 체제의 불안정성을 시사하는 이야기들이다.
북한은 최근 나진항을 중국에 개방하고 조선대풍그룹을 통해 외자 유치를 하고 있다. 중국의 북한 전문가 장롄구이 중앙당교 교수는 국제제재 때문에 막힌 외화 공급에 숨통을 틔워 선군정치를 강화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한다. 개혁·개방 노선과는 거리가 멀다는 이야기다. 이같이 잘못된 체제로는 몸부림을 칠수록 파탄의 시한만 단축시킬 뿐이다.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낸 이수혁 전 국가정보원 차장은 19일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세미나에서 “지금은 북한 급변사태를 대비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민주평통과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소가 개최한 ‘남북관계 전문가 토론회’에서는 김영수 서강대 교수가 “연내 미증유의 ‘북한 사태’를 경험할 가능성이 크다”며 “고목이 남쪽으로 쓰러지는 경우는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해 군사작전은 물론 비상 행정계획까지 세워두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대량살상무기에 대해서는 미군 전담 부대가 회수하기로 되어 있다. 문제는 중국 러시아 등 북한에 우호적이면서 이해관계를 가진 국가들과의 관계다.
특히 중국은 최근 북한 나진항 사용권을 얻어 동해로 진출하게 됐다.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틈을 타 북한 관광 사업에도 손을 뻗고 있다. 제국주의 시대 열강들이 했던 것처럼 유사시 자국민과 시설 보호를 이유로 군대를 파견하고 외교적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근거를 쌓아가고 있는 셈이다. 제3국의 부적절한 개입을 막으려면 외교 채널을 통한 이들과의 직접 대화뿐 아니라 유엔을 통해 미리 평화적 해결 방법을 공론화하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