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캄보디아 “한국남자와 결혼 금지”

입력 2010-03-21 18:16

캄보디아 정부가 자국민과 한국인의 결혼을 당분간 금지시켰다. 우리나라를 국제결혼 금지국으로 지정한 것이다. 우리 대사관에 보내온 공문에 따르면 표면적인 이유는 결혼중개 전문회사를 통한 혼인이 금지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사례가 적발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이유는 자국 내 흉흉한 여론 때문이라고 한다. 지난해 9월 결혼중개 업체가 캄보디아 여성 25명을 모아놓고 한국인 1명에게 신붓감을 고르도록 주선하다 적발된 이후 인신매매라는 비난이 쏟아졌고, 이어 한국인과 결혼한 일부 자국 여성들이 비인간적 대우를 받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여론이 급속히 악화됐다는 것이다. 캄보디아 국제결혼의 60%가 한국인이라는데 오죽했으면 그런 조치를 취했을까 싶다.

참으로 창피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는 동방예의지국을 자처해 왔고, 특히 결혼은 인륜지대사라 여겨 왔다. 하지만 농촌 총각들의 국제결혼 과정이나 결혼이주 여성을 대하는 태도는 오히려 비문화적이고 반문명적이다. 중개업체들이 내건 농촌 지역의 플래카드와 일부 지나친 문구는 결혼의 의미를 단순한 상품 거래로 추락시키고 있다. 심지어 후불제니 환불가능이니 하는, 도저히 입에 담지 못할 용어까지 등장해 외교적 마찰을 불러 일으켰다. 어떤 지자체까지 노총각 결혼 지원 사업을 전개하면서 ‘몸매 환상 베트남 여성’ 등 문구를 사용해 물의를 빚었다고 한다.

문제는 난립한 결혼중개 업체들의 지나친 경쟁과 상술이다. 국민들도 피부색이 다르고 가난한 나라 사람이라고 편견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정부가 손놓고 있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 아무리 국격을 외쳐봐야 이처럼 엉뚱한 곳에서 이미지는 치명타를 입는다. 조기에 수습하지 않으면 파문이 다른 국가들까지 확산될 수 있다. 특히 농촌 총각 국제결혼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캄보디아가 결혼중개 전문회사를 통한 혼인은 불법이라고 규정한 만큼 여기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도 심각하게 검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