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김애옥] 99와 1
입력 2010-03-21 18:09
매사에 멋스럽고 말씀도 품위 있고 해서 많은 사람의 부러움을 사는 분과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같이 식사할 기회가 되어 기대되고 꿈만 같았는데, 음식 먹는 모습이 너무나 게걸스러워 그동안 가지고 있던 그분에 대한 환상이 갑자기 깨진 경험이 있다.
또 다른 경험 하나. 모든 것을 다 주어도 아깝지 않다고 여겨왔던 친구로부터 들은 말 한 마디가 뼈에 사무칠 정도로 충격이 커서 스무 해 정도 쌓아온 우정이 한 순간 물거품이 되어 버린 가슴 아픈 일이 있었다. 100이 완전한 수라면 1 때문에 99가 무너진 경우라 하겠다.
기업의 사례도 있다. 일본의 자존심 도요타의 최근 위기관리 역량이 시험대에 오르면서 워런 버핏의 “한 기업이 명성을 쌓는 데는 20년이 필요하지만 그것을 무너뜨리는 데는 5분이면 족하다”는 말이 떠오른다. 타이거 우즈의 경우도 마찬가지. 스캔들이 터지자마자 그동안 쌓아왔던 공든 탑이 한 순간에 무너졌다. 이런 것을 볼 때 사람이나 기업 할 것 없이 항상심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음을 시사해 준다.
반면에 신선한 충격을 주는 경우도 있다. 항상 찌질이(요즘 아이들 표현)로 뭔가 부족해 보이고, 눈에 띄지도 않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장기자랑 이벤트에 혜성처럼 나타나 빼어난 실력을 보여주어 놀랄 때가 있다. 친구들 사이에서 짠순이라고 소문난 친구가 엄청난 금액의 후원금을 소외된 어느 곳에 내고 있음을 알게 되었을 때 짜릿한 놀라움을 맛보게 해준다.
1이 과거의 99를 덮는 순간이다. 반짝이는 것만이 금은 아님을 가르쳐주고 있다. 인간의 섣부른 예단이 얼마나 어리석은가를 우리 스스로 반성하게 한다.
99%의 열과 성을 다해 이루어 놓은 공든 탑들이 티끌만큼 작은 1%의 실수나 실언으로 무너질 수 있음을 잘 안다. 매사에 완벽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만은 더욱 아니다. 사람 혹은 기업의 위기관리를 상대할 때는 거창하고 대단한 것만을 요구하지 않는다. 무슨 특별한 비결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원칙을 한결같이 지키는 데 있다. 감성과 이성, 예의, 관대함 등이 조화와 균형을 이루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렇지만 결코 이런 것들이 쉬운 일은 아니다. 일이나 관계에 있어서 수학 계산처럼 명확하게 맞아떨어지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하지만 소홀함 없이 작은 것까지도 최선을 다하고 남이 나에게 좀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기존에 해 왔던 그 사람의 정성과 진심을 십분 이해해 갈 수 있다면 그것이 명징한 삶이 아닐까. 99와 1을 탄력성 있게 운용하면서 말이다.
용을 멋지게 다 그리고 나서 마지막 눈을 어떻게 그리느냐에 따라 그 용이 승천을 할 수도 있고, 그냥 남을 수도 있다는 중국 양나라의 화가 장승요의 화룡점정(畵龍點睛)!
가고 가다 보면 완전에 이르러 있기를 소망할 뿐이다.
김애옥 동아방송예술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