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컬링팀 결승전 스토리… 초반 대량 실점 그러나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입력 2010-03-21 17:54
4엔드가 끝나자 캐나다 관중들은 물론 한국을 응원하는 이들도 승부가 결정된 것으로 느꼈다. 세계 최강팀 캐나다를 상대로 7점 차이를 따라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한국 휠체어컬링 대표팀은 포기하지 않았다.
21일(한국시간) 캐나다 밴쿠버 패럴림픽 센터에서 열린 2010 밴쿠버 동계 장애인올림픽(패럴림픽) 휠체어컬링 결승전에서 한국은 7대 8로 패했다. 마지막 한 개의 스톤이 모자랐지만 남은 힘을 모두 쏟아부은, 후회없는 경기였다.
한국은 경기 초반 전열을 채 정비하기도 전에 1엔드에 3점, 4엔드에 4점을 내주는 등 대량 실점했다. 2엔드에도 1점을 내줬고 한국팀이 전반에 딴 점수는 3엔드 1점이 전부였다. 4엔드를 마쳤을 때 스코어는 1-8까지 벌어졌다.
그렇지만 한국은 후반 들어 완전히 다른 팀이 됐다. 한국은 5, 6엔드에게 각각 2점씩을 따내며 5-8까지 쫓아갔고 7엔드에도 1점을 추가해 6-8까지 추격했다. 마지막 8엔드를 앞두고 2점차를 만든 한국은 8엔드에 동점을 만들어 연장으로 끌고 가려는 작전을 펼쳤다.
한국의 주장 김학성이 던진 마지막 스톤은 하우스 안쪽에 자리잡으며 2점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캐나다가 실수를 한다면 연장으로 갈 수 있는 찬스였다. 그러나 컬링 경력 52년이라는 캐나다의 주장 짐 암스트롱(60)은 녹록치 않은 상대였다.
2007년에 관절염과 부상 등으로 인해 휠체어컬링으로 전향했지만 그는 비장애인 캐나다 챔피언으로서 최우수선수상을 3차례나 받았던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였다.
그는 결국 자신의 마지막 스톤으로 한국의 스톤 둘 중 하나를 하우스 밖으로 밀어내며 우승을 지켜냈다.
결승까지 가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미국과의 준결승에서도 한국은 3엔드까지 1-4로 3점을 뒤졌다. 그러나 4엔드에서 한국은 미국의 주장이 스톤을 하우스 중앙으로 밀어넣지 못하면서 기회를 잡았다.
한국의 주장 김학성은 마지막 스톤을 절묘하게 하우스 안쪽으로 밀어넣으며 대거 3점을 얻으며 4-4 동점을 만들었다. 경기의 흐름을 뒤바꿔놓은 순간이었다.
5, 6엔드에 1점씩을 추가한 한국은 7엔드 미국의 공격을 1실점으로 막은 뒤 마지막 8엔드에서 1점을 추가하며 7대 5로 승리했다.
한편 이번 대회 내내 불운했던 한국 알파인스키의 간판 한상민은 마지막까지 운이 따르지 않았다. 한상민은 캐나다 휘슬러 크릭사이드에서 열린 남자 슈퍼복합 좌식에서 2분16초79를 기록해 8위에 올랐다.
한상민은 1차 레이스인 슈퍼대회전에서 1분22초86을 기록하며 2위에 올라 메달 획득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렸다. 그러나 2차 레이스인 회전에서 53초93으로 11위로 처지면서 합계 순위가 입상권 밖으로 밀렸다.
그는 지난 17일 자신의 주종목으로 메달획득 기대가 컸던 대회전과 활강에서 레이스 도중 넘어지는 불운을 겪었다.
밴쿠버=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