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조건 이기고 기적을 이뤄냈다… 휠체어컬링팀 2003년 창단, 경기장·도구도 없이 훈련
입력 2010-03-21 23:34
아무런 저변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한 지 7년만에 세계 정상 수준에 올랐고, 처음 출전한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쉽게 믿기 힘든 쾌거다.
한국 휠체어컬링 대표팀의 양세영(33) 코치는 “선수들이 신기할 정도로 집요하게 집중하고 노력한 결과”라고 단언했다. 지원도, 여건도 열악한 상황이었지만 선수들은 포기하지 않았고 그 결과 올림픽 은메달이라는 영광을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한국에 휠체어컬링이 도입된 것은 7년 전인 2003년. 강원도 장애인스포츠 후원회가 2002년 12월 평창 동게올림픽 유치 준비에 맞춰 동계 패럴림픽 계획을 고민하다가 휠체어컬링을 보급하자는 제안을 했다.
비장애인 컬링팀을 두고 있던 강원도청에서 지원에 나서면서 2003년 8월 국내에 첫 휠체어컬링 클럽 ‘원주 연세드림’이 창단됐다. 현재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김우택 감독과 김학성, 조양현, 김명진 등 선수 3명이 창단 멤버였다.
팀이 급조되면서 갑자기 선발된 탓에 모두 컬링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다. 감독 조차 본업은 치과의사로 컬링 선수 경력은 커녕, 컬링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상태였다.
훈련중인 강원도청 선수들을 찾아가 “가르쳐 달라”며 애원하다시피하며 배웠다. 큐(휠체어컬링 선수들이 스톤에 끼운 채 미는 막대)가 없어 스톤만 굴리는 경우가 많았다. 강원도청 선수들이 해외 훈련이나 대회에 다녀올 때마다 한두 개씩 사준 큐로 훈련을 했다.
어려웠지만 실력은 조금씩 향상됐다. 2006년에는 세계 8위에 오르며 토리노 패럴림픽 출전의 꿈을 꿨지만 8위까지(현재 10위) 주어지는 출전권이 9위였던 주최국 이탈리아에게 돌아가는 바람에 출전이 좌절되는 불운도 겪었다.
2008년 스위스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휠체어컬링의 수준이 세계 정상급임을 확인시키는 계기였다.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도 6위를 차지하며 밴쿠버 패럴림픽 티켓을 획득했다.
밴쿠버 패럴림픽 출전 직전 한국 대표팀의 세계랭킹은 4위까지 올랐지만 훈련 여건은 처음 시작할 때보다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대표팀은 국내에 2곳 있는 전용 컬링장 훈련할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경기도 이천에 있는 장애인종합훈련원 수영장에 특설 컬링장을 마련해 훈련해야만 했다.
선수들은 그럴 때마다 “우리가 메달을 따야 우리 후배들이 제대로 운동할 수 있게 된다”며 이를 악물었다.
양 코치는 “인프라나 시설 등에서 지금같은 상황이 이어진다면 유럽은 물론 일본이나 중국에도 추월당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밴쿠버=정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