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택 감독 “대한민국이란 이름으로 메달 따 뿌듯”

입력 2010-03-21 23:34

“장애인 비장애인을 넘어서 대한민국이란 이름으로 메달 딴 것에 대해 감독으로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축하하고 싶다.”

한국 휠체어컬링 대표팀 김우택(46) 감독은 21일(이하 한국시간) 밴쿠버 시내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감격스러워했다. 치과의사인 그는 원주 기독병원 장애인후원회 이사로 있던 중 팀이 생기면서 컬링이 어떤 운동인지도 모른 채 ‘얼떨결에’ 자리를 맡았지만, 동계 올림픽 사상 최초의 단체전 메달을 따낸 감독이 됐다. 그는 “우리 친구들(선수들)이 너무 잘해줘 고맙다”며 “오늘은 여러분의 날”이라고 했다.

대표팀 선수들도 맞장구를 쳤다. 선수들은 서로에게 “같이 그동안 고생한 것이 결실을 맺은 것 같아 고맙다”고 인사했다. 한 판 축제같은 분위기였다.

대표팀의 홍일점 강미숙(42)은 “준결승전을 이기니 ‘올림픽 가서 네가 메달 하나 따오면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다’는 어머니 말씀이 생각났다”며 “너무 기뻐 펑펑 울었다”고 털어놨다.

그의 노모 한옥분(77)씨는 딸이 장애를 입고도 메달을 따오는 게 기특하다며 그가 따온 메달을 걸어두고 자랑을 한다고 했다.

대회 내내 손가락을 까딱거리는 등 톡톡 튀는 세리머니로 주목받은 조양현(43)은 의외로 장애정도가 가장 심하다. 그는 “가슴 아래가 마비됐는데 손은 살아았다”며 “경기에 이겼을 때 기쁨을 표현하고 싶어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거나 ‘드디어 끝났다’는 의미의 세리머니를 했다”고 설명했다.

박길우(43)는 “막상 시상대에 오르니 가족도 생각났지만 동료들과 함께 5㎞ 가까운 산길을 휠체어를 끌고 올라갔던 일 등 어렵게 함께 운동했던 기억이 많이 났다”고 말했다.

김명진(39)은 “심한 장애를 갖고 있음에도 다른 나라 선수들이랑 기량을 겨룬다는 것 자체가 너무 좋아 컬링에 빠지게 됐다”고 회고했다. 그는 “메달을 따면 심한 장애가 있다 해도 휠체어컬링은 할 수 있다는 점이 알려질 거라 기대했다”며 “전용 링크 등이 마련돼 보다 좋은 환경에서 많은 장애인들이 운동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밴쿠버=정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