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독립PD협회 이홍기 신임 회장 “지원 없는 독립PD 현실, 너무 잔인하다”

입력 2010-03-21 23:35


“저예산으로 ‘인간의 땅’ ‘워낭소리’처럼 고품격 다큐멘터리를 만들었어요. 예산만 지원되면 더욱 놀라운 다큐멘터리가 쏟아져 나올 것입니다. 우리 독립PD들 기대해도 돼요.”

20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만난 이홍기(50) 한국독립PD협회 회장은 독립PD들의 능력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지난 2월 25일 선출된 이 회장은 “독립PD협회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만 해도 사람들이 우리를 외주PD나 하청업체쯤으로 하찮게 봤는데, 1∼2대를 거치면서 독립PD로서 위상을 자리매김했다”면서 “이제는 협회가 PD들의 해외 판로를 열어주고 정부의 지원을 끌어오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 회장은 취임 즉시 2차 저작권료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하며 독립PD의 권리강화에 나섰다. 저작권특별위원회를 신설했고 상임위원회를 3개에서 6개로 늘렸다.

“우리가 열심히 만들어도 저작권료를 방송사가 다 가져가니 독립PD들 손에는 남는 게 없어요. 재방송되면 작가나 성우는 저작권료를 받는다고 하는데, 독립PD들은 자기 작품이 몇 번이고 틀어져도 대가를 못 받습니다.” 독립PD는 편성권을 쥔 방송사에 비하면 한없이 약자일 수밖에 없다. 제작에 돈을 쏟아도 편성권을 못 따내면 작품은 세상에 빛을 보지 못한다.

이 회장은 저작권료 분배의 선례로 국내외에서 호평 받은 ‘인간의 땅’을 들었다.

“‘인간의 땅’ 제작자는 KBS와 해외 판권을 나눠가졌어요. 그런 의미에서 정말 대단한 발전이라고 봅니다.”

이 회장은 ‘한반도의 공룡’ ‘아마존의 눈물’ 등 대형 다큐멘터리와 관련, “독립PD와는 상관없는 얘기”라면서 “오히려 우리는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 ENG카메라, 오디오 장비, 차량 등 필수 장비마저도 줄이고 줄여서 제작한다”고 말했다.

방송사 비정규직PD, 프리랜서 PD, 독립제작사 소속 PD 등 600여명의 회원으로 구성된 한국독립PD협회는 앞으로 오락·예능 PD들도 적극 끌어안을 예정이다.

“현재는 회원 구성이 교양물에 치중돼 있는데 앞으로는 오락·예능PD로도 확장할 계획입니다. 어차피 같은 PD들이고 이들도 소속감 없이 활동하기는 마찬가지예요. 국내외로 모집 공문을 보내고, 중견PD 재교육도 실시해서 PD들의 전문화를 도모하겠습니다.”

이 회장은 인터뷰를 마칠 즈음에 다시 한번 정부의 지원을 강조했다.

“안팎에서 글로벌컨텐츠 시장의 활성화를 얘기하면서 정작 제대로 된 지원은 없어요. 독립PD들이 너무 잔인한 현실에서 버텨가고 있습니다. 적절한 지원이 이뤄진다면 경쟁력 있는 작품들이 많이 나올 것입니다. 그건 제가 자신합니다.”

글·사진=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