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파일] 사시
입력 2010-03-21 17:36
속칭 ‘사팔뜨기’로 불리는 사시(斜視)는 전체 소아인구의 4%에서 나타나는 흔한 질환이다.
정상적인 두 눈은 뇌와 유기적으로 연결돼 한 쌍으로 움직이며 자연스럽게 초점을 맞추지만, 사시가 생기면 두 눈의 초점이 맞춰지지 않는다. 이 때문에 사물을 입체적으로 인식하기가 어려워지고, 시력이 나빠질 수도 있다.
사시는 눈동자가 코 쪽으로 몰리는 내(內)사시와 귀 쪽으로 돌아가는 외(外)사시로 나뉘며, 이 중에서도 ‘간헐성 외사시’가 전체 사시 중 절반에 이른다.
간헐성 외사시란 가끔 한쪽 눈이 바깥쪽으로 돌아가는 증상을 가리킨다. 피곤하거나 TV를 장시간 시청한 후 또는 멍하니 먼 곳을 바라볼 때 주로 나타난다. 말 그대로 사시 증세가 간헐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초기에 발견하기가 어렵다. 간헐성 외사시 환자들을 진료할 때 가장 안타까운 것도 바로 이 문제다.
간헐성 사시의 초기에는 안경 처방이나 한 눈 가림 치료와 같은 비교적 간단한 방법으로 좋은 효과를 볼 수 있고, 적당한 시기에 수술로 교정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를 그대로 두고 방치할 경우 결국 외사시로 고정되고, 한쪽 눈의 시기능도 떨어지는 ‘약시’로 이어져 교정 치료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만약 사시 환자의 나이가 만 10세 이상이고, 사시로 이미 약시가 심해진 상태라면 수술로서도 시기능을 회복하기가 힘들다. 이때는 눈의 위치만 바로잡는 미용 수술에 만족해야 한다.
사시는 시력 발달 과정 초기에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부모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유치원이나 이제 막 학교에 들어간 아이들을 둔 부모라면 아이의 눈 움직임과 행동에 특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
보통 사시가 있는 아이들은 밝은 햇빛에 한쪽 눈을 찡그리거나, 자주 눈을 비비거나 깜박거리는 행동을 보인다. 고개를 기울이거나 옆으로 돌려서 본다거나, 피곤할 때 한 눈의 초점이 안 맞거나, 잦은 두통을 호소해도 사시를 의심해봐야 한다.
행동 관찰만으로 부족하다고 느껴진다면 집에서 손쉽게 시도해 볼 수 있는 자가 진단법도 있다. 작은 손전등으로 팔꿈치 정도의 거리를 둔 위치에서 아이의 미간 한가운데를 비추고 아이가 정면의 불빛을 보게 한 다음, 불빛의 상이 양쪽 눈동자 모두 한복판에 맺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만일 어느 한쪽의 상이라도 눈동자 안쪽에 맺히면 외사시, 반대로 눈동자 바깥쪽에 맺히면 내사시일 가능성이 있다.
눈의 건강뿐 아니라 마음의 건강까지 다치기 전에 아이들과 눈을 맞춰보자.
장봉린 누네안과병원 사시센터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