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기관 첫 제대혈클리닉 개설 한양대 이영호 교수 “제대혈, 세포 치료용 공유 정부가 나서야”

입력 2010-03-21 17:49


“제대혈(탯줄혈액)은 백혈병, 소아암 치료를 위한 조혈모세포 이식 뿐 아니라 최근에는 세포 치료제로써 다양한 분야에 임상적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인들에게 제대혈의 활용도에 대해 정확한 의료 지식을 전달해 주는 곳은 없습니다.”



한양대병원이 국내 의료기관으론 처음으로 제대혈클리닉을 오는 25일 개설한다. 소아청소년과 이영호(사진) 교수가 클리닉 소장을 맡아 상담과 진료를 한다. 이 교수는 1998년 우리나라 최초로 제대혈 이식을 성공시켰다. 또 암 환자들에게 제대혈을 공급하기 위해 ‘기증 제대혈은행’을 직접 설립했으며 전국적인 제대혈은행 네트워크 구축, 제대혈 관리법 국회 통과 등을 주도했다.

이 교수는 “제대혈 이식은 지난해 12월까지 전국 대학병원에서 약 500례 정도 시행됐다”면서 “치료 성공률은 질환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평균 60% 정도로 외국과 비슷하며 골수 이식과도 별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제대혈이 골수 이식을 대체할 정도로 이식 기술이 발전한 것이다.

출산시 배출되는 제대혈에는 백혈구·적혈구·혈소판 등을 만드는 조혈모세포 외에 연골·뼈·근육·신경 등을 만드는 중간엽 줄기세포가 들어있다. 보통 탯줄 한 개에서 채취 가능한 제대혈은 100cc 정도로, 이 속에 들어있는 조혈모세포 수나 기능은 골수 약 1000㎖ 속에 들어있는 것과 비슷하다.

이 교수는 이달 초 국내 최초로 뇌성마비 환자를 대상으로 제대혈 이식을 시행했다. 환자 자신이 출생시 보관해 뒀던 제대혈을 이용했다. 최종 성공 여부는 6개월 정도 지켜봐야 하지만 미국은 뇌성마비 환자 치료에 제대혈 이식을 이미 100건 이상 성공적으로 시행했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 교수는 “제대혈은 백혈병이나 소아암 외에도 뇌성마비, 신생아 뇌손상,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심근경색, 당뇨병 등 각종 질병 치료에 사용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따라서 국가 차원에서 기존 제대혈 은행에 보관중인 제대혈을 세포 치료용으로 공유할 수 있는 정책적, 현실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