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룡 전격 사퇴 파문] 사퇴하기까지…자신이 뽑은 김 사장이 압박

입력 2010-03-19 21:26

김우룡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19일 전격 사퇴함에 따라 MBC를 둘러싼 힘겨루기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김 이사장은 자신이 뽑은 김재철 MBC 사장으로부터 강한 사퇴 압박을 받고 여당 성향의 이사들에게까지 사실상 불신임을 받아 방문진을 떠나게 됐다.

김 이사장의 사퇴는 이날 오전부터 예견된 것이었다. MBC 주변에서는 “이사회가 이사장직 사퇴를 권고하는 수준으로 사실상 사퇴를 압박할 것”이라는 얘기가 돌았다. 하지만 김 이사장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열린 임시 이사회에서 일부 이사가 사퇴를 촉구했는데도 자신의 거취를 밝히지 않았다. 대신 인터뷰 내용의 진위를 묻는 이사들의 질문에 “부분적으로 내가 한 말이 맞다. 그러나 왜 그런 말이 쏟아졌는지 나 자신도 이해하기 어렵다” “발언 내용이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김 사장에게 미안하다”는 등 불명확한 해명으로 일관해 이사들의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오후 3시30분쯤 김 이사장이 이사회를 빠져나간 후 해명이 부족한 수준임이 알려지자 김재철 사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예정대로 오후 4시에 강행했다. 김 사장은 “(이사장이) 간단한 해명을 한 것으로 본다. 그 내용을 볼 때 MBC 사장으로서 이해하기 어렵고 불충분하다. 도덕성과 자존심으로 살고 있는 MBC 구성원으로서도 이해하기 힘들 것”이라며 격앙된 감정을 쏟아냈다. 이어 김 이사장의 사퇴 촉구와 민형사상 소송 방침을 밝히며 김 이사장을 강하게 압박했다.

40분 남짓 김 이사장의 거취를 논의한 방문진의 이사회는 오후 4시10분쯤 김 이사장의 사퇴 권고를 결의했다. 한상혁 이사는 “불신임이 정식으로 의결돼 물러나면 모양이 더 안 좋다. 사실상 강한 사퇴 압박이다. 김 이사장으로서는 사퇴 안 하고 견딜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방문진 이사회의 강경한 입장이 내려진 지 40분만인 오후 4시45분 김 이사장은 방문진 사무처로 전화를 걸어 이사장과 이사직 사의를 전했다.

한편 김 사장은 이날 김 이사장 사퇴 직후 비서실장과 홍보국장 인사를 내는 등 기반 구축에 나섰다. MBC 노조는 본부장 교체와 김 이사장 사퇴 등 잇따른 요구조건이 실현됨으로써 투쟁의 동력을 얻게 됐다. 노조는 ‘김 이사장 사퇴와 진상 조사’를 주장하며 다시 김 사장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어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