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클래스’… 교사·학생 열띤 토론 ‘소통하는 교실’
입력 2010-03-19 18:55
이민자 학생·프랑스인 교사 갈등 겪는 프랑스 사회 축소판
“(선생님은) 늘 이상한 이름만 예로 들잖아요.”
“전혀 안 이상한데, 미국 전 대통령 이름(Bill)이야.”
“아이싸타, 라시드 아흐메드 같은 이름도 있잖아요. 항상 ‘흰둥이’ 이름을 쓴다고요. 백인, 프랑스인 같은 이름만.”(영화 ‘클래스’ 중 교사 프랑수아와 학생 에스메랄다의 대화 중)
2008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 ‘클래스’는 교실 안에서 벌어지는 교사와 학생의 대화를 통해 프랑스의 사회 현실을 반영하고, 학교와 교육에 대해 질문을 던지며, 더 나아가 인간과 인간 사이의 소통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다.
아프리카, 아랍 계통의 이민자들이 많이 살고 있는 파리 20구역의 한 중학교. 9월 새 학기가 시작되지만, 학생들은 지난 학기보다 더 다루기 어려워졌다. 프랑스어 수업을 담당하는 열혈교사 프랑수아(프랑수아 베고도)는 포기하지 않고 아이들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는 학생들과 이성적인 토론을 즐기기도 하지만, 학생들의 반항적이고 불손한 태도에는 결국 맞붙어 감정을 폭발시키기도 하는 매우 ‘인간적인’ 교사다. 매 수업시간은 전쟁을 치르듯 힘들지만, 치열한 갈등과 논쟁이 오가는 가운데 이들은 서로를 알아간다.
우리 교육현실에 비추어 보면, 학생들의 태도를 무조건 옹호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렇기에 한국에서 이 영화가 가진 미덕 역시 이 지점이다. 학생들은 교사와 대등한 주체로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표현하고, 선생의 말에 논리적으로 반박을 한다. 학교는 엄연히 교사와 학생 간의 위계가 존재하는 곳이지만 그들의 논쟁엔 위계 논리가 적용되지 않는다. 그저 인간과 인간의 의견 차이, 그를 좁히기 위한 토론이 존재한다. 그리고 영화는 바로 그 순간에 새로운 감성과 지성이 탄생하는 것임을 놓치지 않고 보여준다.
이민자가 대부분인 학생들은 선생과의 대화에서 부르주아, 백인, 프랑스인과 스스로를 구별 짓는다. 이주민들에 대한 편견과 배척 등에 대해 학생들이 지니고 있는 문제의식은 결국 학교라는 공간이 사회의 축소판임을 드러내며 영화의 지평을 확대한다.
교사 역을 맡은 프랑수아 베고도는 ‘클래스’의 원작자이며 실제 교사 출신이다. 학생 역할 역시 이민자들이 많이 사는 파리 20구역 돌토 중학교의 학생들이 맡았다. 학부모역도 실제 각 학생들의 부모들이 맡았다. 4월 1일 개봉.
양지선 기자 dyb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