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민법 개혁안 청사진 나왔다

입력 2010-03-19 18:34

미국 내 불법 체류자에게 조건부 영주권 부여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이민법 개혁안의 청사진이 공개됐다.

이민법 개혁을 주도하고 있는 상원의 민주당 찰스 슈머, 공화당 린지 그레이엄 의원이 18일(현지시간) 발표한 개정안은 불법 체류자 문제와 사업주의 불법 체류자 고용 엄격 금지, 국경통제 강화 등이 주요 골자다. 미국 내 불법 체류자는 1080만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개정안은 현재 불법 체류자들이 자진 신고로 불법 입국을 인정한 뒤 벌금과 밀린 세금을 내고 사회봉사 활동을 하도록 했다. 이후 심사를 거쳐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는 법적 지위를 준다는 것이다. 영주권을 받기 위해서는 의사소통이 충분히 가능하도록 영어를 배워야 하며, 중범죄 기록이 없어야 하고, 관계 당국의 조사도 거쳐야 한다.

사업주의 불법 체류자 고용은 엄격히 금지된다. 생체인식 기능이 포함된 소셜시큐리티(사회보장) 카드 판독기를 설치해 피고용인의 법적 신분을 확인토록 했다. 또 불법 체류자 고용시 징역형까지 처하도록 처벌을 강화했다. 또 국경에 대한 보안과 검색도 지금보다 훨씬 강화된다. 두 의원은 미국에서 과학, 기술, 공학, 수학 등 분야에서 석사학위 이상을 받은 사람에게 영주권을 주는 방안도 개혁안에 포함시키겠다고 밝혔다.

이민법 개혁의 가장 큰 목적은 만연한 불법 입국을 막는 동시에 합법적인 노동력은 확보해 경제 활성화에 기여토록 하자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 청사진이 발표된 직후 “이 중요한 개혁 작업이 완수될 때까지 대통령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환영했다.

첫발을 내디딘 이민법 개혁안이 의회에서 제대로 통과될지는 불투명하다. 우선 많은 공화당 의원이 반대하고 있다. 2006년과 2007년에 당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 아래 이번 것과 비슷한 내용의 이민법 개정이 추진됐으나 무산됐었다.

보수층 등 반대론자들은 “모든 불법자들에게 일제히 사면을 내리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공격한다. 하지만 찬성론자들은 “이 정도로는 많은 사람이 구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불만을 표하고 있다. 이민법 개혁을 강력히 지지하는 그룹은 진보세력과 불법 체류자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라틴계 등 소수인종, 일부 종교 단체 등이다. 찬성 그룹은 오바마 대통령의 좀 더 강력한 추진을 요구하기 위해 21일 워싱턴DC에서 대대적인 거리 행진을 계획하고 있다. 이민법 개혁안은 이달 중 건보 개혁안이 마무리되면 진보와 보수 세력이 또다시 격돌할 현안이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