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佛 외교장관 “I See”… 문화재 반환 희망 보인다
입력 2010-03-19 18:22
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에 약탈됐던 외규장각 문화재 반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오는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 정상회의에서 예정된 이명박 대통령과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외규장각 문화재 반환을 둘러싼 최근의 긍정적인 흐름은 19일 방한한 베르나르 쿠슈네르 프랑스 외교장관의 태도에서 감지할 수 있다. 쿠슈네르 장관은 이날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지역적 세계적 위기의 관리’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국제대학원 입구에서 황평우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장이 외규장각 문화재를 반환하라는 1인 시위를 벌였다.
강연이 예정된 오후 2시를 조금 넘겨 쿠슈네르 장관이 도착하자 서울대 관계자와 경호원들이 황 위원장을 막아섰다. 하지만 쿠슈네르 장관은 황 위원장에게 다가가 악수를 하며 “알겠다(I See)”고 했다. 황 위원장이 한국말로 “돌려주십시오”라고 말한 것에 대해 돌아온 대답이었다.
김영삼 정부 이래 학계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진행됐던 외규장각 문화재 반환 요구는 프랑스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에 부닥쳐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내년 G8(주요 8개국) 및 G20(주요 20개국) 의장국을 수임하는 프랑스로서는 올해 G20 정상회의를 주최하는 한국과의 협력을 의식해 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우리 정부는 지난 3월 초 ‘영구임대’ 형식으로 돌려달라는 요구를 프랑스에 공식 전달한 상태다. 소유권은 프랑스에 두고 실질적으로 한국이 소유하는 방식이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우리 정부는 이번 한·프랑스 외무장관 회담을 계기로 프랑스 측에 영구대여 방안을 적극 요청할 방침”이라며 “프랑스 측이 당장 확답을 주지 않더라도 긍정적인 방향에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힐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대 걸림돌은 프랑스 문화계의 반발이다. 프랑스 정부가 문화재에 대한 애착이 남다른 자국 문화계에 대해 설득 노력을 어느 정도로 기울이느냐가 관건이다. 하지만 프랑스 문화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자크 랑 하원의원이 17일 한국 특파원을 만난 자리에서 “수개월 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혀 주목된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