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의 진면목을 알려면 친구를 보라… KBS ‘연대기’ 등 토크쇼 새로운 형식으로 변화 바람

입력 2010-03-19 17:54


“그 누구도 그 자체로서 온전한 하나의 섬은 아니다. 모든 인간은 대륙의 한 조각, 본토(本土)의 일부분이다.” 17세기 성직자이자 시인인 존 돈(John Donne)의 시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는 휴 그랜트 주연의 영화 ‘어바웃 어 보이(About A Boy)’를 통해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다.

타인과의 관계를 강조한 이 말이 한국 토크쇼에도 적용되고 있다. 게스트 혼자서 자신의 인생을 풀어내던 방식에서 주변 사람들의 입을 통해 게스트의 인생을 파악하는 방식으로 진화하는 것이다.

20일 첫 방송되는 KBS 2TV ‘연대기(年代記)’(토 오후 10시15분)는 게스트를 둘러싼 50∼100명의 지인을 통해 이야기의 얼개를 짜맞춰나간다. 일종의 ‘기억의 재구성’인 셈. 제작진은 게스트의 인생을 스쳐갔던 사람 100명을 찾아 사전 인터뷰를 하고 그 중 절반을 스튜디오로 초청해 추억의 조각을 맞춰나간다. 첫 방송의 주인공은 드라마 ‘추노’에서 열연한 장혁이다. 배우의 길로 이끈 친구, 그의 첫 연기선생님, 힘든 연습생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들이 전하는 이야기가 모아져 장혁의 인생 스토리가 완성된다.

KBS 2TV ‘달콤한 밤’(일 오후 11시25분)의 속코너 ‘달콤한 인연’이나 ‘승승장구’(화 오후 11시5분)의 속코너 ‘몰래 온 손님’ 등도 인연을 활용한 토크쇼다. ‘달콤한 인연’은 전쟁통에서 살아남은 전우(신정환 편)나 초등학교 1학년 때 첫사랑(조권) 등 과거 스타와 특별한 인연을 맺은 사람들은 스타의 순수했던 모습이나 귀여운 면모를 들려준다. ‘몰래 온 손님’도 대학 동기, 연기 동료, 소속사 안무팀장 등 생활을 공유한 지인을 불러 이야기를 풀어낸다.

최근 들어서야 인연을 강조한 토크쇼가 생겨난 것은 아니다. 옛 친구나 스승을 찾아주던 1994년 KBS ‘TV는 사랑을 싣고’때부터 인연은 버라이어티의 단골 소재였다. 하지만 ‘연대기’를 필두로 한 ‘휴먼 토크 버라이어티’는 광범위한 사회 관계망을 드러내 게스트의 인생을 구성하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형식적으로는 1명의 지인이 동원되던 기존 프로에 비해 3명에서 많게는 100명까지 동원되는 지인 숫자에서 압도적으로 차이가 난다. 또한 주인공이 말하는 시간보다 지인들이 말하는 시간이 더 길다는 점에서 볼 수 있듯이 방점은 스타를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에 있다.

‘연대기’를 연출한 이태현 PD는 “우리가 표방한 ‘휴먼 토크 버라이어티’는 한 사람의 삶이 자신의 기억 속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고 타인의 기억에도 존재한다는 데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